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아시아본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한다. 홍콩에서 일하던 직원 절반 이상은 해고됐다.
홍콩 명보 등의 3일 보도에 따르면 WSJ는 아시아본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홍콩 주재 기자와 편집자 절반 이상은 해고됐으며 일부 기자는 싱가포르나 아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홍콩에는 기자와 편집자를 합쳐 한 자릿수만 남았다.
엠마 터커 WSJ 편집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가 보도했던 많은 회사처럼 WSJ는 아시아의 운영 중심을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했다”며 “싱가포르에 편집인을 신설해 중국 주식, 부동산, 전기차, 홍콩 주식 등 비즈니스 뉴스를 보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터커 편집장은 홍콩의 국가보안법 등 최근 정치 환경 변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복수의 WSJ 언론인들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명보는 전했다. WSJ는 중국 정부의 홍콩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사설을 여러 차례 게재했고 홍콩 당국은 WSJ를 직접 거론하며 반박했다.
홍콩은 2020년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계기로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 3월 23일부터 이를 보완하는 성격의 기본법 23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분열과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 등 39가지 안보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특히 외세와 결탁하면 최고 14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게 했다. 외세란 해외 정부와 정당, 국제기구,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해외 기관, 이들과 연계된 기구 및 개인을 가리킨다.
홍콩이 국가보안법을 잇따라 강화하면서 비판적 보도에 대한 처벌 위험이 커지자 외신들은 홍콩을 떠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직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홍콩에서 철수했고 뉴욕타임스(NYT)는 2020년 아시아 본부 일부를 홍콩에서 서울로 이전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