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업체에서 1억원대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KIA 타이거즈의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후원 업체 대표도 “오랜 기아의 팬이라 격려금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전 단장 변호인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 심리로 열린 배임수재 등 혐의 첫 공판에서 “김 전 감독과 함께 1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가을야구에 진출하자 사기 진작 차원에서 (격려금으로) 준 것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감독 변호인도 “(1억원은) 선수단을 위한 격려금이지 광고 계약 관련 청탁 목적의 돈이 아니다”며 “광고·후원 관련 계약을 처리하는 것은 감독의 일도 아니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외식업체 대표 김모씨 측도 “피고인은 평소 KIA 타이거즈의 열혈 팬”이라며 “지인으로부터 김 전 감독을 소개받고 구단과 후원 계약을 체결해 메인 스폰서가 되고, 코치들과 선수들을 격려하고자 했던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KIA가 가을야구에 가면 1억원을 주고, 3위 안에 들면 두 배(2억원)를 준다고 했다”며 “지인에게 김 전 감독을 소개받은 후 구단과 후원 계약을 체결해 스폰서가 됐고, 비공식적으로 격려금을 주고자 한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고 말했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2022년 7~10월 김씨로부터 광고 계약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총 1억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장 전 단장은 2022년 5∼8월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둔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에게 최소 12억원의 FA 계약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2억원을 달라고 세 차례 요구했다가 거절당해 미수에 그친 혐의도 적용됐다.
다만 재판부는 장 전 단장의 배임수재 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배임수재죄의 구성요건에는 부정한 청탁이 있는데, 공소사실로만 보면 누구로부터 어떠한 부정 청탁을 받았다는 게 없다“며 “이렇게 퉁 치고 넘어갈 게 아니라 형사적으로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 정확하게 특정해서 기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다음 기일인 내달 4일에 이와 관련한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