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상대가 저열하게 나와도 검찰은 정도 걸어야”

입력 2024-05-02 18:16
이원석 검찰총장.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법의 문제를 정쟁화해 사법 시스템을 흔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상대가 저열하게 나와도 검찰은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2일 월례회의에서 “재판받는 피고인이 법정 밖에서 검찰을 향해 터무니없는 거짓을 늘어놓고 ‘없는 사실을 입증하라’고 목청을 높이며 사법시스템을 뒤흔들어 법망을 찢고 빠져나가려는 불법부당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판 회유’ 의혹 제기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장은 “사법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변질시켜 정쟁화해 사법시스템을 흔드는 ‘사법의 정치화’가 끊임없이 계속돼 법치주의가 위기에 놓이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공직자가 이를 탓할 수만은 없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담담히 맡은 책무를 완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또 최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의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국민을 지키는 호민관으로서의 검찰의 역할을 다시 다짐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해자 김진주(필명·28)씨는 지난 23일 이 총장에게 “검사님들이 아니었다면 이 외로운 싸움을 진즉에 포기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감사 편지를 보냈다.

이 총장은 “(김진주씨는) 아직은 피해자들이 국가에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한 창구가 적어 안타깝다는 말씀도 했다”며 “우리 사회의 약자, 어려운 이웃, 범죄 피해자들이 ‘국가를 대리하는 검사가 나를 대신해 범죄와 싸운다’고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더 힘써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소·재판·형 집행의 전 단계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내 가족과 같이 그들을 지킨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