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2년 연속 언더독의 반란을 노린다. 투·타 핵심으로 여겨진 선수들과 작별하고도 신예 육성과 알짜배기 영입으로 상위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NC는 오는 1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릴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 앞서 박석민 요미우리 자이언츠 육성코치의 은퇴식을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박 코치는 친정 삼성을 떠나 2016년 NC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뒤론 일본프로야구(NPB) 명문 요미우리에서 지도자 수업을 시작했다.
통산 269홈런 3루수의 퇴장에도 NC가 웃을 수 있는 건 무럭무럭 크고 있는 후계자 덕분이다. 서호철이 그 주인공이다. 2019시즌 2차 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7순위로 프로에 입성한 그는 군 복무와 호주야구리그 질롱 코리아를 거쳐 지난해 잠재력을 꽃피웠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100경기 넘게 출전해 타율 0.287에 OPS 7할을 넘기며 주전 자릴 꿰찼다.
올 시즌 흐름은 더 좋다. 전날까지 팀이 치른 32경기에 모두 나섰다.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모두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특히 타석에서 참을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타율 대비 아쉬운 0.331의 출루율에 그쳤으나, 올해는 이를 0.379까지 끌어 올렸다.
‘토종 거포’ 타이틀을 이어받을 유력한 후보는 김형준이다. 신인 시절부터 대형 포수 재목으로 평가받으며 서호철과 출발선은 달랐지만, 그 역시 올해 확실하게 성장했다. 타율 0.286에 출루율 0.388, 장타율 0.536로 강타자의 상징인 3/4/5 슬래시 라인에 근접했다. 5월이 막 시작했을 뿐인데 홈런은 개인 최다 타이인 6개를 터뜨렸다. 10개 구단 전업 포수 중 가장 빠른 페이스다.
지난겨울 NC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침묵을 지켰다. 선발진에선 에이스 에릭 페디를 붙잡는 데 실패했다. 내내 부상으로 신음하던 왼손 구창모마저 상무에 입대했다. 양의지 노진혁 원종현을 잃은 직전 스토브리그에 이어 다시 한번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딴판이다. 6할 승률을 유지하며 2위에 올라 있다. 페디·구창모가 빠진 마운드는 오히려 강해졌다. 선발투수 5명 중 4명이 3점대 평균자책점에 5선발 김시훈 역시 6경기 2승 무패로 시작을 잘 끊었다. 불펜에선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김재열이 6홀드 평균자책점 1.72로 ‘믿을맨’에 등극했다. NC판 화수분 야구의 쾌거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