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직장인 절반가량은 여전히 육아휴직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제도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물은 결과 49.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고 2일 밝혔다.
해당 조사는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2~1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58.0%), 민간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61.6%), 월 급여 150만원 미만 수령(58.4%) 등의 직장인 사이에서 육아휴직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또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337명) 10명 중 2명 이상(24.6%)이 제도 사용으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불이익 유형에는 ‘직무 재배치 등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처’와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 조처’가 각각 42.2%로 가장 많았다. ‘임금·상여금 차별 지급’(28.9%) ‘교육훈련 등 기회 제한’(14.5%) ‘해고·파면·권고사직 등 신분상 불이익’(12%) ‘집단 따돌림·폭행·폭언’(4.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 출산육아갑질특별위원회 민수영 변호사는 이날 서울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산과 육아를 민폐 취급하는 직장의 ‘출산·육아 갑질’을 국가마저 방치하는 동안 개인은 출산이라는 선택지를 지우게 됐다”며 “출산·육아 갑질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출산육아특위 위원장을 맡은 권호현 변호사도 “출산 시 출산휴가, 육아휴직이 자동으로 시작되게 하면 눈치 보지 않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며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면 그간 출산·육아와 관련해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던 여성에게만 집중해 발생하는 채용차별과 출산·육아 관련 갑질을 사회 전체의 문제로 직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결정적으로 지원금액이 너무 적다. 새로운 사람을 뽑고, 그 사람을 가르치고, 조직에 적응시키는데 금전·비금전적으로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 정부가 모르고 있다”며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사업주는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휴직자가 복귀했을 때의 부담을 상쇄할 충분한 지원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22대 총선에서 모든 정당이 앞다퉈 저출생 문제를 국가적 중대 사안으로 보고, 그 해결을 위해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상향, 노동시간 단축, 전 국민 고용보험을 실현하겠다고 외쳤다”며 “어떤 당, 어떤 정부가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