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시 영등포구 모텔에서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함께 투숙한 70대 남성이 성폭행을 위해 수면제 14일 치를 몰래 먹여 발생한 사건으로 조사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서원익)는 1일 강간·강간살인·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A씨(74)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시 영등포구 한 모텔에 투숙하며 수면제 42정을 5차례에 걸쳐 몰래 먹여 성폭행하려다 의식을 잃은 B씨(58)가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수면제 42정은 14일 치 복용량이다.
폐혈전색전증이란 다리 같은 굵은 정맥에 생긴 핏덩어리가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가느다란 폐동맥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증상으로, 즉각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A씨는 B씨가 허공에 헛손질하며 횡설수설하거나 물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움직임을 거의 보이지 않는 등 심각한 상태임을 인식했음에도 구호 조치는커녕 성폭행을 위해 B씨에게 추가로 수면제를 먹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A씨는 지난 2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B씨에게 수면제 21알을 먹여 강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7일 치 복용량에 해당한다.
B씨는 지난달 3일 오후 숙박업소 객실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은 이튿날 충북 청주시에서 A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검찰은 사건 송치 후 A씨가 다량의 수면제를 소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의문을 품고 보완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A씨가 평소 병원에서 향정신성약품인 졸피뎀, 알프라졸람, 트리아졸람 성분의 수면제를 3주 치씩 처방받던 중 장거리 내원의 고충을 호소하며 범행 즈음에 4주 치 수면제를 한 번에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쪼개기 처방’으로 수면제를 다량 처방한 담당 의사 C씨에 대해 관할관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에게 불법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