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찐사랑”…민희진, 해임 위기에도 뉴진스 홍보만

입력 2024-05-01 10:23 수정 2024-05-01 13:52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 나선 어도어 민희진 대표. 오른쪽 사진은 민 대표가 30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뉴진스 신곡 티저 영상. 뉴시스, 민 대표 인스타그램 캡처

하이브와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는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해임 위기 속에서도 자신이 키운 걸그룹 뉴진스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1일 연예계에 따르면 민 대표는 전날 인스타그램에 뉴진스의 신곡 ‘라이트 나우(Right Now)’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을 올린 데 이어 이날 일본 거물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가 직접 뉴진스 멤버들의 캐릭터를 그리는 영상을 게재했다.

평소 뉴진스의 팬이라고 밝혀 온 다카시는 이번 신곡 작업에 참여했다. 전날 공개된 티저 영상에도 다카시 관련 서사가 등장한다.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과 협업해 탄생한 뉴진스 다섯 멤버 캐릭터가 산책을 하다가 다카시의 무지개색 꽃 캐릭터를 발견하는 내용이다.

민희진 대표가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무라카미 다카시 영상. 뉴진스 멤버들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민 대표 인스타그램 캡처

앞서 민 대표는 지난 26일에도 뉴진스의 새 싱글 앨범 ‘하우 스위트(How Sweet)’ 재킷 이미지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바 있다. 경영권 탈취 의혹과 관련한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바로 다음 날이었음에도 평소와 같이 묵묵히 ‘일’을 한 것이다.

민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최근의 논란과 별개로 프로 의식만큼은 대단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역시 뉴친자(뉴진스에 미친 사람)다” “이건 찐사랑이다” “본인이 제일 힘든 시기일 텐데 묵묵히 뉴진스 홍보만 하다니 대단하다” “쫓겨나기 직전인데도 일만 하고 있다” “얼마나 워커홀릭이었는지 알겠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민 대표는 스스로 ‘뉴진스 맘(mom)’을 자처할 정도로 뉴진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진짜 죽어야 하나 할 정도로 순간 이상했던 적이 있었는데 (멤버) 애들이 전화가 왔다. 애들이 막 울고 사랑한다고 했다. 얘네가 나를 살렸나 (싶다)”라며 울먹였다.

민희진 대표가 지난 26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뉴진스 신보 재킷. 민 대표 인스타그램 캡처

한편 하이브와 어도어 간 경영권 다툼은 법정으로까지 갔다. 민 대표의 해임 절차를 밟기 위해 하이브 측이 낸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놓고 지난 30일 법원의 심문이 이어졌는데 이 자리에서 어도어 측은 다음 달 10일 이사회를 열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사회를 거부한 뒤 하루 만에 번복한 것이다.

어도어 측 변호인인 이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전보성) 심리로 열린 임시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 심문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5월 10일까지 이사회가 열리고 5월 말까지 주총이 열릴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추가적으로 5월 13일까지 (재판부에) 드릴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이브 정진수 최고법률책임자(CLO)는 “그렇게 할지 지켜봐야 한다. 법원에서 그렇게 말했으니 거짓말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며 “(법정에선) 법에 따라 판단해 달라고 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주주총회 일정에 대해선 “(생각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면서도 “어도어 측의 의도는 모르겠다. 좀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방시혁 의장과 나눈 대화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하이브는 자회사인 어도어 경영진 교체 등을 위해 30일 이사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 22일부터 어도어에 대한 감사를 한 결과 민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하이브의 주장이다.

그러나 민 대표가 이사회 소집을 거절하면서 하이브는 지난 25일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허가 신청을 냈다. 민 대표 측은 지난 29일 법원에 심문기일을 바꿔 달라고 변경신청서를 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날 기일은 예정대로 열렸다.

민 대표의 배임에 대한 하이브 측 고발 건도 경찰에 접수된 상태라 양측 갈등은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민 대표는 경영권 찬탈이나 배임 등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