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우릴 제대로 대우하라”… 트럼프 또 방위비 압박

입력 2024-05-01 05:33 수정 2024-05-01 09:17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수준을 비판하며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 과정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공식 언급한 건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보도된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해주길 바란다”며 “아시다시피 나는 한국이 4만 명의 (주둔) 병력에 대해 사실상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주한미군에 대해 “다소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왜냐하면 바로 옆에는 나와 아주 잘 지내는 사람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전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깝게 지내지만, 한반도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주한 미군 규모를 계속 4만 명이라고 언급했다. 타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 나선 점을 언급하며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가 됐지만 우리는 사실상 그들에게 군대 대부분을 무상으로 지원했다”며 “나는 이제 한국에 ‘이제 당신들이 나서서 비용을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은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지만, 내가 (백악관을) 떠난 지금은 아마 거의 내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내가 맺은 협상을 재협상한 사실을 아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아주 적은 돈을 내고 있다. 내가 듣기로는 그들이 바이든 행정부와 재협상을 통해 그 숫자를 거의 아무것도 없었던 이전 수준으로 훨씬 더 낮출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건 말이 안 된다.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며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매우 부유한 나라인데 왜 돈을 더 내고 싶지 않겠느냐”며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결국 협상은 즐거웠다. 그들은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진행하며 한국에 당시 분담금의 500% 수준인 50억 달러를 내라고 압박했다. 이후 양국 갈등이 커져 협정 공백 상태까지 발생했다.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로 넘어가면서 2021년 4월 뒤늦게 협정이 타결됐다. 당시 양국은 한국이 2021년 13.9% 증액한 1조1833억 원을 내고, 2025년까지 매년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에 대해서도 “만약 돈을 내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중동에 군대를 유지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팽창주의 목표를 동시에 억제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있어서는 안 될 곳도 많고, 있어야 하지만 없는 곳도 많다. 파병과 관련해선 많은 선택지가 있다”며 “우리는 기대치를 관리할 수 있고, 특정 위치에 병력을 매우 빠르게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는 “유럽(지원)이 같아지기 시작하기 전에는 주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이 돈을 안 내는데 왜 우리가 내야 하느냐. 우리는 (러시아와 사이에) 바다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