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신비의 세계이며 위대한 성전입니다. 종교는 지친 육신과 영혼을 평온하게 하며 희망을 갖게 합니다. 숲은 현대의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과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 줍니다. 숲에서는 나를 찾을 수 있는 명상의 기회와 자연을 창조한 신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 물질문명에 찌든 우리에게 충분한 영성적 의미가 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산본중앙교회 담임인 박상훈(61) 목사는 산림치유사 국가자격증을 보유했다. 산림청은 2011년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숲 치유란 향기 경관 등 숲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했다. 산림치유 목회자는 성도들이 숲에서 창조주의 위대하고도 심오한 섭리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삶에 대한 지혜와 철학까지 접하도록 이끈다. 박 목사는 “숲에는 생명성 연출성 영속성 감각성 그리고 신성이 있다”면서 “매주 수요일 성도들과 함께 생태치유교실을 열어 산림 치유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를 비롯해 기후위기 시대 숲과 교회를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에이레네홀에 모였다(사진). 박고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연구사는 “코로나 시대 ‘손만 잘 씻으면 이 위기가 지나갈꺼야’ 했다가 경제불황이 왔고 불황의 파고를 넘은 후에는 기후변화란 더 큰 파고가 닥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 이후엔 생물다양성 붕괴란 파국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주안대학원대 선교학 교수는 창조신학 관점에서 본 ‘은총의 숲’을 이야기했다. 정 교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신학 핵심은 사귐(Gemeinschaft)에 있다”고 말한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의 저서를 인용했다. 정 교수는 “은총의 숲을 가꾸며 하나님처럼 낮아지고 사귐이 있어야 현지인들에게도 마음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총의 숲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 가운데 창조 세계의 회복을 위해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몽골과 네팔에 조성하고 있는 숲을 일컫는다. 몽골은 아르갈란트 솜 지역에 33만㎡ 규모의 숲이 조성돼 있으며 네팔엔 남부 헤토타 지역에 김경수 선교사와의 협약으로 나무 심기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에서 은총의 숲을 담당하고 있는 이진형 목사는 “10여개 교회와 더불어 올해 몽골 생태 기행을 준비 중”이라며 “네팔 방문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현 기환연 사무총장은 “기후위기 시대 은총의 숲 조성을 통해 녹색 그리스도인으로서 생태적 회심을 이루고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일에 마음이 모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