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단속 후 카메라 묻은 택시기사, 뒤늦게 혐의 인정

입력 2024-04-30 15:47
사라진 이동식 과속단속 카메라가 설치됐던 무인 부스. 서귀포경찰서 제공

과속 단속에 걸리자 단속 카메라를 몰래 가져가 땅에 파묻은 택시 기사가 뒤늦게 범행을 인정했지만 선처받지 못했다.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창훈)는 30일 공용물건은닉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2~13일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 중산간 도로에 설치된 2500만원 상당의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 1대와 450만원 상당의 보조배터리·삼각대 등을 몰래 가져가 가족이 관리하는 과수원 땅에 묻은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전 A씨는 제한속도 기준이 시속 80㎞인 해당 도로에서 시속 100㎞로 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평소 과속으로 범칙금을 낸 일이 여러 번 있었던 A씨가 범칙금 납부를 피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A씨는 1심에서 “이 사건과는 관련 없다. 죄 없는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항소심에서 뒤늦게 혐의를 인정하고 죄를 뉘우쳤다.

그는 항소심 재판에서 “여러 번 과속으로 적발돼 회사에서 안 좋은 평가를 받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털어놨다.

1심에서 무죄를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겁이 나고, 두렵고, 수습이 막막해서 솔직하게 진술하지 못했다”며 “피해 회복을 위해 수리비를 지급하려고 했으나 수리비가 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미 수사 과정에서부터 ‘제가 했다’고 말할 기회를 걷어찼다”고 꾸짖으며 “죄질이 좋지 않고,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어서 원심의 형은 무겁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