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환자 수 감소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수백억 적자를 기록 중인 제주대학교병원이 결국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제주대병원은 30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 19로 환자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전공의 사직 사태가 겹쳐 2024년도에만 재정적자가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긴축 재정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 전략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제주대병원은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한 상황에서 의료진의 업무 피로도가 높은 외래 진료를 줄이고, 현재 40%를 밑도는 병상가동률을 60%수준으로 끌어올려 수익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공지한 법인 카드 사용액 30% 감축 기조를 유지하고, 무급 휴직 신청을 받아 비용 절감을 꾀한다. 이미 직원 20여명이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제주대병원은 이 같은 방식으로 올해 예산을 전면 재검토해 당초 계획의 70% 수준으로 줄이는 등 긴축 재정에 나선다.
내달 경영진단 용역에 착수해 오는 9월까지 새로운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최국명 병원장은 하루 전인 29일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전체 교직원들에게 병원이 처한 경영 위기와 비상 경영 방안을 공지했다.
제주대병원은 도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종합병원이다.
2001년 개원과 2009년 아라동 신축이전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고성장 기조를 이어왔다.
2013년에는 처음으로 의료수익이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의료수익이 전년대비 6~28%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33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병원은 노조까지 참여하는 종합비상경영계획을 수립해 올해 3월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전공의 사직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행을 늦췄다.
올해 2월 기준 제주대병원에는 타 병원 파견의를 포함해 전공의 110명이 근무했다. 집단 사직으로 현재는 10명만 근무 중이다.
최 병원장은 “현재 상황이 장기적으로 흐를 것으로 보여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특단의 조치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판단해 비상경영계획을 전면시행한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