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취재 허가받으라”는 주중대사관… 특파원들 항의

입력 2024-04-30 11:20 수정 2024-04-30 14:29
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2024년 재외 공관장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중 한국대사관이 베이징 특파원들에게 ‘출입·취재 사전 허가제’를 일방적으로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파원들은 “취재 목적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베이징 특파원 35인은 30일 ‘정재호 주중대사, 대언론 갑질 멈춰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주중한국대사관이 ‘5월 1일부터 출입 24시간 전에 필요 사항을 신청하라’고 특파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특파원들의 대사관 출입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고, 취재 목적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부분의 보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최근 언론환경을 고려할 때 ‘24시간 전 신청’은 취재 원천 봉쇄 조치”라며 “이번 통보는 지난달 말 정 대사의 갑질 의혹 보도 이후에 나왔다. 불통을 넘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대사관이 제시한 특파원의 출입 제한 이유를 납득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대사는 지난 3월 초 갑질 의혹 등으로 신고를 당해 현재 외교부 조사를 받고 있다. 같은 달 말 한 국내 언론에서 정 대사의 갑질 의혹 보도가 나오자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최전선에서 국익을 위해 매진하는 대사관의 직무수행을 방해했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게재했다.

이어 지난 29일에는 “특파원 대상 브리핑 참석 이외의 취재를 위해 대사관 출입이 필요할 경우 사전(최소 24시간 이전)에 일시, 인원, 취재 목적을 포함한 필요 사항을 대사관에 신청해 주기 바란다”며 “신청 사항을 검토 후 출입 가능 여부 및 관련 사항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특파원들에게 통보했다. 대사관은 이 조치를 5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특파원들은 이날 성명에서 “정 대사가 임기 내내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한 언론사가 비실명 보도 방침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부임 후 1년 7개월째 한국 특파원 대상 월례 브리핑 자리에서 질문을 받지 않고, 이메일을 통해 사전 접수한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하고 있다”며 “대사관의 이번 결정은 다른 해외 공관 사례를 봐도 이례적이다. 미국 워싱턴과 프랑스 파리 대사관에서는 특파원들에게 사전 출입 신청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중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로 한중 관계가 변곡점에 놓인 상황에서 주중대사관이 특파원의 취재 활동을 지원,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불통과 탄압으로 일관하는 현 상황은 심각한 국익 침해”라며 대사관 출입 제한 즉각 철회, 기형적인 브리핑 정상화, 정 대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