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때 한국 압박처럼 방관 안해” 美, 中대응팀 운영

입력 2024-04-30 06:47 수정 2024-04-30 08:20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 피해를 당한 동맹을 돕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중국이 한국 등 동맹에 대한 압박을 가했을 때 방관하면서 피해를 키웠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취지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해 동맹을 돕기 위한 국무부 내 팀을 구성했다”며 “중국이 2021년 대만 대표부를 개설한 리투아니아를 응징하려 할 때부터 미국이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멜라니 하트 중국 정책조정관이 이끄는 경제적 강압 대응 전담팀은 8명으로 구성돼 있고, 비공식적으로 ‘회사’(the firm)라고 불린다고 한다.

전담팀은 고객인 피해국이 도움을 요청하면 국무부 경제학자들이 해당 국가의 대중국 교역 취약점을 분석한 뒤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방법을 제시하는 등 컨설팅 회사처럼 운영된다. 요청 국가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중국 행동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는 모의 훈련(TTX)도 한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리투아니아를 지원한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유럽의 12개 국가가 전담팀에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 대비하거나 완화할 방법에 대한 도움을 요청해 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호세 페르난데스 차관도 “여러 국가가 ‘우리도 리투아니아와 같은 대우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온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2017년 3월 주한미군이 사드 배치를 공식 결정하자 한국 관광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보복을 단행했다. 호주가 미국 주도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에 참여했을 때도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바닷가재, 석탄 등의 수입을 중단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미국의 경제적 강압 대응 전담팀을 구성한 건 과거 중국이 한국이나 호주를 압박했을 때 방관했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과거 중국의 강압 사례에서 미국이 충분히 행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타당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 영화를 본 적이 있고, 이제 테이프를 멈출 때가 됐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