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환율이 29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60엔 선을 돌파한 뒤 155엔대까지 급전직하했다. 일본 정부나 일본은행의 환율 개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후 6시 현재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5.8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오전에는 장중 한때 160엔 선까지 뚫고 올라갔다. 이에 대해 NHK는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의 환율”이라고 보도했다. 달러·엔 환율 상승은 엔화 약세를 뜻한다.
엔, 유로, 파운드(영국), 캐나다달러, 크로나(스웨덴), 스위스프랑의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 집계에서 오후 6시 기준 105.77달러를 표시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0.1% 수준으로 동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미루고 횟수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금리 동결은 엔저를 가속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약 1시간가량에 걸쳐 달러당 160엔 선에서 155엔대까지 4엔가량 급락했다. 이를 놓고 정부나 중앙은행의 환율 개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TBS방송은 “정부나 일본은행이 엔화를 매수해 개입했다는 견해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며 “일본 재무성의 간다 마사토 재무관은 오후 2시30분쯤 (환율 개입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그동안 구두 개입 선에서 엔저에 대응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미국 뉴욕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브래드 벡텔 국제 외환시장 책임자는 지난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준과 일본은행의 금리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엔화 약세를 막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엔화 환율)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약화하면 연말까지 달러당 160엔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망은 나흘을 넘어가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