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극복을 위해선 행복 추구 방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 가정과 교회, 학교가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구학 전문가인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29일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출산과 양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그간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젠 다음세대의 생각을 바꾸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다음세대가 ‘일류 대학과 대기업에 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행복’이란 획일적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행복과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가정과 교회, 학교가 지속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며 “행복 추구 방식의 다변화로 다음세대가 극심한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면 저출생 문제 해결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경기도 고양시 드림하우스에서 열린 ‘나부터캠페인’(대표 류영모 목사) 포럼에서 ‘저출생 축소 시대의 행복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저출생뿐 아니라 10~30대 자살률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가치관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2023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 순위는 세계 57위다. 6개 평가 지표 중 ‘1인당 GDP’과 ‘건강 수명 기대’에선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삶의 선택의 자유’와 ‘부패’에서 낮게 평가됐다. 그는 “삶의 선택에 있어 자유가 제한적이란 건 직업과 거주지 선택 등이 획일화돼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라며 “이런 경향이 심화돼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다양해지지 않으면, 각자 잘할 수 있는 직업에 따라 재미나게 일하는 사회가 되지 못한다면 저출생뿐 아니라 10~30대 자살률 문제를 풀기는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다음세대의 가치관 변화를 가져올 주요 동인 중 한 곳이 교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그는 “가정과 교회, 학교가 다음세대를 대상으로 경쟁 일변도가 아닌 삶의 행복, 인생의 가치관 등을 강조하는 인성교육을 10~30년간 꾸준히 실시한다면 사회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축소시대가 달려온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수축사회의 현상’을 발제한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축 사회의 대안으로 ‘함께 행복한 성숙사회’를 제안했다. ‘수축사회’의 저자이기도 한 홍 의원은 “현재 우리 사회는 중산층이 약화된 ‘아령형 사회’”라며 “현 상황에서 학력·소득·지역·세대 간 갈등이 격화되면 중간층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런 양극화를 막는 비결이 나의 변화와 실행을 전제하는 ‘나부터 캠페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축 사회가 되면 구성원들은 자기 욕망만 챙기고 생존에 ‘올인’하기 마련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이를 더 심화시키리라 본다”며 “이로써 사회에서 빚어지는 여러 갈등을 해결하는 데 교회가 특히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구체적 조언으로는 “중장년 세대의 양보와 인식 전환으로 청년 세대에게 희망을 안길 것” 등을 당부했다.
나부터캠페인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2017년 국민일보와 CBS,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시작했다. 오는 6월 3일엔 ‘기후 약자와의 동행’을 주제로 2차 포럼을 연다. 류영모 대표는 “현재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수축 사회’ 현상을 겪고 있다. 교회 역시 이 여파로 길을 잃은 상황”라며 “이번 포럼이 한국교회가 현 상황을 이해하고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