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적 영성, 분리주의 유발...기독교 망치는 근본주의

입력 2024-04-29 15:35 수정 2024-04-29 15:36
29일 서울 마포구 높은뜻광성교회에서 열린 신앙고백모임 제5회 포럼에서 근본주의와 복음주의에 대한 고찰이 이뤄지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 기독교 안에 내재해 있는 근본주의 현상이 한국교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분리주의적 사고에 기반해 끊임없는 대립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는 관용을 추구하는 복음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29일 한국교회 갱신과 회복을 위한 신앙고백모임 제5회 포럼이 서울 마포구 높은뜻광성교회(이장호 목사)에서 열렸다. 포럼에선 근본주의와 복음주의를 비교하며 근본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고찰이 이뤄졌다.

근본주의는 문자주의에 치중해 성경 본문을 곧이곧대로 현실에 적용하나 복음주의는 성경의 문학적 맥락을 고려하며 현재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근본주의는 자신들과 맞지 않는 그 어떤 집단과의 교제를 거부하는 반면 복음주의는 교리적 순결을 지키면서 관용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김학봉 아신대 교수는 “근본주의는 교회연합(에큐메니컬) 운동을 한사코 거부하지만 복음주의는 WCC(세계교회협의회)의 자유주의적인 방침은 비판하나 성경적인 것은 지지하는 분별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근본주의는 부정적인 종교 현상으로 규정됐다. 이는 필연적으로 전투적 영성과 분리주의적 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는 “근본주의의 위험성은 기독교 영성의 핵심인 예수 사랑, 자비, 긍휼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들어가는 곳에는 순수의 이름으로 끊임없는 대립 갈등이 생기고 분열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근본주의 운동을 살펴보면 해당 운동이 한 시대의 특정 정치이념 및 문화적 이슈와 결합해 대중적 세력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어떤 집단이나 흐름을 적대시하거나 악마화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목사는 “근본주의 현상의 특징은 과도한 반공 애국 등 특정 정치, 문화이슈와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라며 “기독교 정신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자유 평등 박애 평화 등의 가치를 사장시킨다. 그래서 근본주의 현상이 기독교 신앙에 큰 해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