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저층부 철거, 입주민 투표로 결정

입력 2024-04-29 10:44 수정 2024-04-29 17:40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전면 철거 후 재시공’ 절차에 들어간 광주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이 철거 범위를 재논의하고 있다.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저층부 철거 여부를 찬반투표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화정아이파크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입주예정자들이 조속한 입주 실현을 위해 ‘입주지연 해소·주거안정 방안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자체 여론을 구체적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입주예정자들은 현존 8개동 저층부인 1~3층 상가를 포함한 지상 건물을 철거하고 전면 재시공할 경우 공사기간이 1년 정도 늘어나 피해가 가중된다는 입장이다.

광주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협의회 일부 회원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현산 측도 “정밀 안전진단 결과 안정성만 담보된다면 저층부까지 철거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주예정자협의회는 27일 광주보건대 강당에서 개최한 설명회 등을 열고 현산 측과 접점 찾기에 나섰다. 시공사 현산 관계자와 입주예정자 등 660여명이 참석한 이날 설명회에서는 찬반투표를 거쳐 철거범위를 결정하자는 여론이 대세를 이뤘다.

당초 합의에 따라 저층부 1~3층 상가층과 지하주차장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과 철거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전체 구성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가 찬반투표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공사기간이 지연되면 입주예정자들은 저마다 대출기간 연장 등 추가대책 마련이 불가피해져 곤란한 상황이다.

입주예정자들은 조만간 저층부 존치에 대해 찬반의견을 묻는 전체 847가구 입주예정자 투표를 거쳐 최종 철거범위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산 측도 찬성의견이 더 많고 건물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나오면 저층부 상가를 남겨두고 재시공 일정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현산 측은 저층부 존치 대신 건물 외관과 공용부, 상업시설 경관조명, 각 동 출입구 필로티, 주방시설, 가구 등을 고급 자재로 바꿔주기로 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에서는 2022년 1월 11일 옥상 타설 작업 중이던 201동 39층 바닥부터 23층 천장까지 내외부 구조물이 한꺼번에 붕괴해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유례를 찾기 힘든 대형 붕괴사고 4개월여 만에 전면 철거를 약속했던 현산 측은 이후 철거·재시공 인허가 과정에서 1~3층 저층부와 지하주차장 등 일부 구조물을 남겨두고 지상 주거층만 철거하겠다고 나섰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이승엽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는 “충분한 설명과 소통, 전문적 검증을 전제로 조만간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며 “찬성의견이 더 나오면 저층부를 존치하자는 의견을 현산에 공식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