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카드’를 만들어 코로나19에 예방·치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배포한 의과대학 교수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교수는 과거에도 암을 치료해준다며 ‘생명수’를 만드는 기계를 팔다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김택형 판사는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김모(67) 교수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나 인증을 받지 않은 카드 형태의 의료기기를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하거나 그 효능 등을 광고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자신이 개발했다는 명함 크기의 카드를 책 부록으로 제공하면서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고 확진자와 환자도 쉽게 회복될 수 있다” “2상 시험을 통해 효능은 충분히 입증됐다. 효과는 100%”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일반의약품 등록이 돼 있다” 등의 광고를 했다.
또 해당 카드에 대해 “코로나19 치료제 혼합 용액의 파동을 디지털화해 출력한 것”이라며 특허 청구를 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재판에서 “이 카드는 의료기기가 아니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김 판사는 김 교수가 홍보한 내용이나 카드에 쓰인 문구, 특허 청구 내용 등을 보면 의료기기법에서 규정한 의료기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과거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도 양형에 고려됐다. 김 교수는 2010년 자신이 개발한 ‘생명수’가 면역력을 강화하고 암 등 질병을 치료한다며 제조 장비 등을 판매했다가 마찬가지로 의료기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0만원을 확정받았다.
김 판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건에 대한 위해 발생 우려가 커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미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차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