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에서 확산 중인 친(親)팔레스타인 반전 시위를 놓고 민주당 내분이 발생하고 있다. 대학가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와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충돌하면서 지지층 균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대학 캠퍼스 내에서는 친이스라엘 지지층들이 반전시위에 맞불 집회를 강행하다가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악시오스는 28일(현지시간) “전국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열리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반유대주의에 대한 민주당 분열이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민주당 소속 존 페터먼 상원의원은 이날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시위는 위대한 미국의 가치지만, 하마스를 위해 소형 텐트에서 사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든 시위에 반유대주의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페터만 의원은 지난 21일에도 “이 시위는 반유대주의적이며 비양심적이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진보계를 대표하는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전날 미국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페터먼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위에 (일부) 반유대주의가 있지만, 압도적 다수는 우파 극단주의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 기계에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지쳤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캠퍼스 내 (시위) 학생의 95%는 이스라엘이 근본적인 불의를 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서 거기에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의 평화적 시위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반전시위를 반유대주의로 규정하고 더욱 강경한 친이스라엘 행보를 펼치면서 민주당 분열은 더 주목받고 있다. 악시오스는 민주당이 학내 반유대주의 혐의를 단속하기 위한 결의안을 놓고 분열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롤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결의안에는 공화당 의원 33명 외에 조쉬 코트하이머, 재러드 모스코위츠 등 민주당 의원 14명도 서명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 간사는 당 지도부에 결의안 처리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학내 갈등도 분출됐다. NBC는 이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친팔레스타인 단체와 친이스라엘 단체가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학교 측은 두 단체를 분리하기 위해 양측 사이에 펜스를 설치했는데, 한쪽이 이를 뚫고 들어와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은 “시위는 오전까지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정오 무렵 충돌하면서 험악해졌다”며 “서로 밀치고 고성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서던 캘리포니아대에서는 전날 시위대가 동상과 분수대 등 기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평화 시위를 존중하지만, 반유대주의 언행은 비판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ABC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존중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에 대해 (미국인들이) 강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최근 들은 반유대주의 언어를 절대적으로 규탄한다. 혐오 발언이나 폭력 위협도 규탄한다”며 “이 시위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지방 당국에 맡겨두겠지만, 우리는 시위가 평화적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