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에 이어 에쓰오일도 액침냉각유(油)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26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개별 데이터센터의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액침냉각유 시제품을 갖췄다”며 “올해 안에 실증 평가를 통해 서버의 구동 및 효율, 에너지 절감 성능 등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복수 업체와 공동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자세한 사항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액침냉각은 전기 장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특수 윤활유인 액침냉각유에 담가 식히는 기술이다.
액침냉각유 시장에 먼저 진출한 곳은 SK엔무브와 GS칼텍스다. SK엔무브는 지난해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시범 운영해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GS칼텍스는 액침냉각유 브랜드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출시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관련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유사들은 윤활유와 윤활기유 시장의 강자다. 윤활유는 윤활기유에 첨가제를 더해 생산한다. 액침냉각유 역시 윤활유의 한 종류다. 윤활기유 시장은 국내 업체를 포함해 대규모 정제설비와 원유 도입 능력을 모두 갖춘 소수 업체가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한국 정유업계가 액침냉각유 시장 선점을 자신하는 이유다.
윤활유 사업부는 정유사의 실적을 떠받치는 ‘효자’다. 매출 비중은 작지만, 영업이익률은 전 사업부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정유 3사 윤활유 부문의 지난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0%였다. 정유(2%)와 화학(6%) 부문을 웃돌았다.
그러나 윤활유는 향후 내연기관차 시장의 장기적 축소, 고급 윤활유 사용 증가에 따른 교체 주기 연장 등으로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과 연계된 액침냉각유 시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SK엔무브에 따르면 글로벌 액침냉각유 시장은 내년부터 2040년까지 연평균 36%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액침냉각 시장의 주요 무대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서버용, 냉각용, 전력공급 시스템용 등으로 구성된다. 서버는 데이터를 저장, 처리하는 핵심이라 관련 전력 사용을 줄이긴 어렵다. 결국 냉각에 들어가는 전력을 줄여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액침냉각은 차가운 공기로 열을 식히는 기존 공랭식 냉각 시스템보다 전력 효율이 높다. 공랭식은 데이터센터 총 사용 전력의 40%를 사용하는데, 액침냉각은 6%만 사용한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전기차용 액침냉각유 시장도 유망하다. 국내 정유 4사 모두 전기차용 윤활유를 출시했고, SK엔무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선박 탑재 ESS용 액침냉각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에쓰오일은 “ESS 등 전방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며 “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