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시발점’ 와인스틴 성범죄 혐의, 뉴욕주 대법서 파기

입력 2024-04-26 12:45
여성 영화업계 종사자를 상대로 성착취를 일삼은 혐의를 받는 하비 와인스틴. 로이터연합뉴스

30년간 최소 80명 이상의 여성 영화업계 종사자를 상대로 성착취를 일삼은 혐의를 받는 하비 와인스틴에 대한 유죄 판결이 25일(현지시간) 뉴욕주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로이터,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이날 뉴욕주 대법원이 기존의 23년형 판결을 “공정한 재판이 아니었다”며 파기했다고 보도했다.

주 대법원은 “하급심 재판에서 검찰이 와인스틴 기소 혐의와 관련없는 여성들을 법정 증언 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재판관 4대 3의 의견으로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앞서 여배우 지망생과 TV 프로덕션 보조원 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와인스틴은 2020년 뉴욕주 1심 재판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았다. 뉴욕주 항소법원도 2022년 재판에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당시 와인스틴 측은 1심 과정에서 검찰이 기소에 포함되지 않은 여성 3명을 증인석에 세우고 와인스틴으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도록 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2심 법원은 기소에 불포함된 이들 여성의 증언으로 검찰이 배심원단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는 와인스틴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욕주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항소심과 달리 1심 법원이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는 와인스틴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와인스틴은 뉴욕주에서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재판에서 반대 의견을 냈던 매들린 싱가스 판사는 이번 파기 환송에 대해 “성폭력 생존자들이 형사 사법 시스템에서 꾸준히 싸워온 성과를 좌절시키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와인스틴은 이미 2022년 캘리포니아에서도 5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그는 석방 없이 캘리포니아주로 이송돼 형을 계속 살게 된다.

영화 배급사 미라맥스를 설립한 와인스틴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 등 히트 영화를 배급하면서 할리우드의 거물이 됐다. 그가 제작한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300번의 후보 지명을 받고 81회의 수상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2017년 그의 성범죄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앤젤리나 졸리, 셀마 헤이엑, 애슐리 저드 등 유명 여배우까지 와인스틴에게 피해를 봤다고 공개하면서 전 세계적 미투 운동이 촉발되는 계기가 됐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