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사를 대리해 저작권을 관리하던 부부가 영화 파일을 불법 다운로드한 사람들을 1000여명을 고소한 뒤 9억원 상당의 합의금을 받아내 재판에 넘겨졌다. 변호사가 아닌 이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고소를 대리하는 것은 불법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최태은)는 40대 부부 작가 A씨(41)와 저작권관리사 B씨(43)를 변호사법 위반,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공범인 프로듀서 C씨(48)와 영화감독 D씨(52)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방조범인 E씨(40)와 F씨(47), G씨(43)는 변호사법 위반 방조 및 저작권법 위반 방조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부부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무허가 저작권신탁관리업을 운영하면서 영화 제작사를 대리해 ‘토렌트’ 사이트에서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해 합의금을 받아 챙겼다.
현행법상 고소 대리는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데, 이들에게 변호사 자격은 없었다. 검찰은 A씨 부부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역할을 분담하는 조직적인 방식으로 1000회 이상의 고소를 통해 단기간에 9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프로듀서와 영화감독을 통해 소개 받은 영화 제작사 4곳과 ‘인터넷에서 영화를 유포하는 IP주소를 수집해 저작권법 위반죄로 고소하고 합의금을 분배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E씨와 F씨, G씨는 지난해 8~9월 A씨 부부의 직원으로 고용돼 대량 고소에 필요한 IP주소 수집, 자료정리, 전화응대 등의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사람들이 불법 다운로드하는 과정을 모니터링해 증거를 수집하고 IP주소를 정리한 뒤 고소장을 발송했다.
검찰은 A씨 부부가 허위의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서를 작성해 고소장에 첨부하거나, 영화제작사 대표와는 별도로 이면 약정을 체결하는 등 수사기관을 지능적으로 기만했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영화 콘텐츠를 인터넷에 의도적으로 유포해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내고, 그 범죄수익으로 성인영화를 제작하고 또다시 대량 고소로 합의금을 받아내는 ‘불법 다운로드 유인’ 정황까지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자격 없이 합의금 장사를 위해 고소를 남발하는 범죄에 엄정 대응하는 한편, 건전한 저작권 보호와 저작물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