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복음화율이 1%에 못 미치는 ‘영적 황무지’다. 선교가 가장 필요한 아시아 최대 미전도 종족 중 하나다. 일본 내 8000여개 교회 중 70% 정도는 전임 목회자가 없는 ‘무목교회’이며 일본 특유의 애니미즘과 다신교 전통이 다분하다. 한국보다 수십년 개신교 역사가 앞섰음에도 지금도 ‘선교사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선교를 위해 한국교회가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전선에 통일부 장관, 주중대사,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한 김하중(77) 온누리교회 장로가 있다. 김 장로는 2009년 36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뒤 저술한 ‘하나님의 대사’(규장)로 교계에 더 알려져 있다. 16권에 달하는 그의 저서 가운데 14권이 은퇴 후 쓴 책이다.
하나님보다 자신이 더 드러날 것을 염려해 인터뷰나 보도 등을 극히 꺼리는 그를 만난 건 최근 한일연합선교회(WGN·이사장 정성진 목사)가 주최한 ‘나가사키 순교지 탐방’에서다.
순교지 탐방에서 한일문화교류회 강사로 나선 김 장로는 일본 선교의 중요성을 간절히 호소했다. 그는 “일본 1억2250만 인구 가운데 등록 교인은 50만명가량이며 실제 교회 나오는 성도는 15만명 정도에 그친다”며 “일본 교회의 평균 성도 수는 20여명에 불과하다. 각계 지도자 가운데 크리스천을 거의 볼 수 없는 아주 척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 복음화를 소망하는 김 장로의 마음은 탐방지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나가사키 등지에서 만난 일본 공무원을 대할 때 따뜻하게 격려하며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다. 김 장로는 ‘하나님의 대사’ 일본어 버전인 ‘神の大使’도 출간한 바 있다.
탐방 도중 방문한 현지교회인 나가사키인터내셔널교회(유노하라 히로시 목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장로는 탐방단 성도들과 함께 유노하라 목사와 일본의 교회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노하라 목사는 한국 성도들의 방문에 고마움을 전하며 “한반도 통일을 위해 계속 기도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장로는 2014년부터 일본에 올 때마다 교회를 방문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 그는 “일본교회 목회자들은 한국보다 상황이 더 열악해 두세 가지 직업을 가지며 교회를 지키는데 그런 헌신으로 교회를 지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후 김 장로는 국민일보와의 대담에서 “예수님이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복음 전파해야 하는’(마 28:20) 지상 명령을 생각한다면 선교에 힘쓰는 한국교회가 일본 선교를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복음화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선교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이는 한국인”이라며 “한국인 크리스천이 일본을 용서하고 사랑하며 복음화에 역할을 한다면 복음의 메마른 땅인 일본에서 다른 나라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가사키(일본)=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