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천안 고려신학대학원. 청년 선교사를 모색하는 자리에 청년은 없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사무총장 강대흥 목사)와 한국선교연구원(KRIM·원장 홍현철)이 공동 조사한 ‘2023 한국 선교 현황’(표 참조)을 입증하듯 현장에서 2030세대 선교사는 ‘사막에서 바늘 찾기’ 만큼 어려웠다. 중보기도 자원봉사자로 참석한 황두선(28)씨는 “반나절 동안 청년 선교사를 만나지 못했다”며 “기성세대의 선교 유업을 이어받을 자리에 다음세대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중장년 선교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분주했다. 한인세계선교사회(KWMF·대표회장 방도호 선교사)가 24일부터 개최한 선교 대회엔 약 90개국 현지 선교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방도호 대표회장은 “‘선교 현장의 세대교체가 시급하다’는 현지 선교사들의 요청에 따라 대회를 준비했다”며 “40세 이하 청년 사역자를 선교에 동원할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뜨거운 집회를 통해 헌신 카드로 선교를 작정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청년들은 단번의 헌신·결단보다 인생의 형성사로 선교를 생각합니다. 짧은 기간의 선교동원대회도 중요하지만, 앞으론 교회·선교단체가 연합해 긴 동원 과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선택식 강의 강사로 나선 선교한국 최욥 사무총장은 “다음세대는 헌신보다 교육과 발견을 원한다. 다음세대에 대한 선교 멘토링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래픽을 선보였다. 통계는 지난해 8월 선교한국대회에서 선교를 결심한 2030 청년 70명을 대상으로 최 사무총장이 자체 조사한 자료로 선교헌신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다루고 있었다. 자료를 보면 특별집회보다 멘토와 대화를 거쳐 헌신을 각성한다고 답한 청년들이 더 많았다. 반면 “선교적 리더십을 가진 리더를 얼마나 알고 지내냐”는 질문에 청년 10명 중 4명(42%)은 “0명”이라 답했다.
이날 대회에선 다음세대 선교 동원의 모범 사례도 소개됐다. 주제 강의를 맡은 ㈔청년선교 여주봉 목사는 ‘2+2 인턴선교사’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2+2 인턴선교사는 6개월마다 청년 2명을 1년간 파송해 청년 4명이 선교지에서 한 팀으로 훈련받고 섬기는 과정으로 청년선교가 2017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사역이다. 지금까지 32명의 인턴선교사가 파송됐는데 1기 수료자 중 1명은 이스라엘 선교사가 됐고 다른 2명도 장기선교사를 준비 중이다.
여 목사는 “앞으로 세계 250개 국가에 매년 청년 인턴선교사 1000명을 파송하는 게 목표”라며 “오늘 모인 선교사님들의 사역이 MZ세대에 계승되길 바란다. 인턴선교사 프로그램이 한국교회와 캠퍼스선교단체로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KWMF 선교 대회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이근희 KWMF 사무총장은 “지난 70년간 한국교회와 선교단체들이 많은 선교사를 파송했다. 현재 한국선교사 2만3000여명이 주님의 지상명령에 헌신하고 있다”면서도 “다음세대를 선교사로 세우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선교 헌신자와 후원자 모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선교 대회를 통해 그 해답을 찾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천안=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