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도의 시대가 찾아오는 것일까. 발야구 경쟁이 올 시즌 KBO리그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떠올랐다. 베이스 크기 확대로 누상의 주자들이 뛰는 거리가 짧아져 도루 시도와 성공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전날까지 치른 2024 KBO리그 133경기에서는 248개의 도루가 나왔다. 경기당 평균 1.86개 수준으로 성공률은 75.8%다. 지난 시즌 720경기에선 도루 1040개(평균 1.44개·성공률 72.4%)가 나왔다. 올 시즌과 지난 시즌 개막 100경기를 기준으로 살펴봐도 도루 개수와 성공률은 소폭 증가했다. KBO는 지난 17일 개막 100경기 기준 도루가 1.55개에서 1.89개로, 성공률은 71.04%에서 76.21%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올 시즌 KBO는 지난 시즌의 미국 메이저리그(MLB)처럼 베이스 크기를 확대했다. 기존 1~3루 베이스는 한 변의 길이가 15인치(38.1㎝)였는데, 18인치(45.72㎝)로 확대됐다. 홈플레이트와 1·3루간 거리는 3인치(7.62㎝), 2루와 1·3루간 거리는 4.5인치(11.43㎝) 줄었다. 빠른 발을 갖춘 ‘대도’들이 호시탐탐 뛸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도루왕 출신 박해민(LG 트윈스)은 전날까지 28경기에 나와 도루 16개(부문 1위)를 성공했다. 26개의 도루를 성공한 지난해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다. 실패는 단 한 차례 있었다.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 중인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12개), KIA 타이거즈 김도영, 삼성 라이온즈 김지찬(이상 11개) 등은 100%의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박해민에 이어 도루 부문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지난 시즌 도루 9개를 성공하고 5번은 실패했던 황성빈은 성공률을 크게 높였다. 베이스 크기 확대와 별개로 뛰는 타이밍을 잡기 위한 연습도 많이 했다고 한다. ‘5툴 플레이어’로 평가받는 김도영은 도루뿐 아니라 3할 타율에 9개의 홈런을 곁들여 KIA의 고공행진에 기여하고 있다. 163㎝의 작은 거인 김지찬도 5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달성하며 삼성의 뛰는 야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염경엽 감독 부임 후 발야구의 팀으로 거듭난 LG는 계속 매서운 주루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팀 도루(166개)를 기록한 LG는 올해도 28경기 만에 46개를 달성해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도루는 주자의 부상 위험과도 연결된다. 통상 성공률이 높은 주자가 도루를 자제하는 이유도 부상 우려 때문이다. 다만 베이스 크기 확대로 수비수와 주자 사이의 공간적 여유가 생겼다. 부상 확률이 감소하는 효과가 제대로 증명된다면 시즌 막판까지도 대도들의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