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동서남북’ 방위식 기초단체명 사라진다

입력 2024-04-24 11:59
인천시청 전경. 인천시 제공

인천시는 2026년 7월 행정체제 개편과 함께 서구의 방위식 명칭을 지역 특성에 맞는 이름으로 변경을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방위식 명칭을 쓰던 중구와 동구는 영종지역인 영종구와 내륙지역인 제물포구로 조정된다. 남구는 이미 2018년 미추홀구로 명칭이 변경됐다. 남동구는 ‘고을 동(洞)’을 쓴 ‘남동(南洞)’으로 방위식 명칭과 관련이 없다.

행정 편의적인 방위식 명칭은 지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식민지 행정 잔재라는 지적을 동시에 받는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조선총독부는 식민지통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정구역 개편을 시도하면서 통치 편리성을 고려, 숫자나 방위를 활용해 지명을 변경했다.

앞으로 행정체제 개편과 함께 서구의 명칭만 변경되면 인천은 방위식 명칭을 가진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없는 전국 유일의 특·광역시가 된다. 현재 서울은 중구, 부산과 대구는 중·동·서·남·북구, 대전은 중·동·서구, 울산은 중·동·남·북구, 광주는 동·서·남·북구 등 방위식 명칭을 쓰는 기초지자체가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자체 명칭 변경은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 또 시민 공감대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의견 조사와 타당성 여부 조사 등 절차들이 요구된다.

이에 맞춰 시는 인천연구원과 지역 내 행정기관의 방위식 명칭 사용 현황을 조사 중이다. 또 서구와 곧 협의에 들어가 명칭 변경을 검토·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시민 공감대를 형성한 뒤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행정체제 개편과 함께 서구의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다.

시는 방위식 명칭을 쓰는 기초지자체가 사라지면 도시브랜드 가치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추홀구는 백제 비류전설을 반영한 명칭을 쓰면서 인천의 역사중심도시로서 위상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에 지자체 명칭은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가치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지역 특성이 반영돼 차별화할 서구의 새 브랜드는 지역의 가치뿐 아니라 도시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