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회 응원 연습 강요는 인권침해”… 인권위 조사

입력 2024-04-24 05:33
관중석 학생들이 만드는 응원 문구. MBC 보도 캡처

제주도 백호기 축구대회 고등부 결승전을 앞두고 응원전 연습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응원전 연습을 강요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폭언·따돌림을 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관련 진정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지난 1971년 시작된 백호기의 대규모 응원전은 전통으로 계속돼왔다. 그만큼 화제성도 높다. 관중석을 메운 학생들이 두 가지 색상으로 된 옷을 입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응원 문구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마치 ‘인간 전광판’을 보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이러한 수준 높은 응원전 뒤에는 학생들의 피나는 준비 과정이 있다. 그러나 강압적인 연습 분위기가 형성되고, 과도한 응원 연습에 문제를 제기하면 폭언이 뒤따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관중석 학생들이 만드는 응원 문구. MBC 보도 캡처

지난 23일 MBC에 따르면 제주도의 한 고등학교 학생은 이러한 강압적인 연습이 참기 힘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 학생은 “대회가 다가오면 하루에 2시간 정도씩 잡아서 (연습을) 하고 있다. 학생회가 일단 소리를 막지르고 선배들이 ‘똑바로 안 하냐’고 한다. 무섭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생이 문제를 제기하자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제주지역 18개 시민, 청소년 단체는 지난달 인권침해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인권위에 진정서도 제출했다. 대중에게 백호기는 즐거운 축제이고 구경거리일 수 있지만 연습을 강요받는 학생들에겐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에 나선 학생은 계속되는 괴롭힘에 자퇴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측은 “응원 연습은 강제성이 없었고 관련된 학부모 민원도 접수되지 않았다”며 “그 학생은 평소 입시 위주의 교육과 경쟁에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이번 주말 인권침해를 주장한 학생과 시민단체를 상대로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