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노키즈존 확산’ 문화에선 저출생 해결 어려워”

입력 2024-04-23 15:59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왼쪽 가슴에 ‘365일 아동의 날’이라는 문구가 적힌 배지를 거꾸로 달고 있다. 정 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23일 “아직은 ‘365일 아동의 날’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걸 바로 달게 되는 ‘아동 존중사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정 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에서 ‘아동권리’라는 이름을 가진 공공기관은 아동권리보장원밖에 없다”며 “(기관이) 있다고 해서 아동 존중사회라고 할 순 없지만 이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4월 취임했다. 지난 1년간 특별히 신경 쓴 대상을 묻자 “빈곤과 학대라는 이유로 가정 밖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아동”을 꼽으며 “자립준비청년이나 장애 등 취약 요인이 겹쳐있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협조를 강화해왔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 위원도 맡고 있다. 그는 아이 입장을 거부하는 ‘노키즈존’이 아동 권리 보장을 방해할 뿐 아니라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아이를 환영하지 않는 곳에서 아이가 태어나기 어렵다”며 “처음엔 ‘노키즈존’으로 시작하겠지만, 이걸 허용하면 깨진 유리창이 돼서 모두에게 ‘배제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이나 중년·장애 등을 이유로 출입부터 배제하는 공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7월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출생 미등록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등록을 의무화하는 동시에 위기 임산부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 원장은 “보호출산제 목표는 보호출산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줄이는 데 있다”며 “지금까지는 정보가 없어서 위기 임산부에게 아이를 버리는 옵션밖에 없었다면, 앞으론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유기가 아니라 양육을 독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