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안이 발생한 교회와 목회자를 위한 긴급목회돌봄 매뉴얼이 나왔다. 오랫동안 금기시됐던 ‘자살’을 바라보는 인식을 개선하고 교회 내 자살 사안이 발생했을 때 올바른 대응법을 담은 체크리스트도 제작됐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대표 조성돈 목사)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목회자를 위한 자살예방교육 긴급목회돌봄 매뉴얼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가 주관하고 라이프호프,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라이프호프와 두드림자살예방중앙협회, 한국목회상담협회가 공동으로 자살예방 특강 자료를 개발해 목회자가 직접 성도를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살 사안 이후 돌봄 매뉴얼도 제작해 한국교회에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긴급목회돌봄은 자살 사건 이후 교인과 신앙 공동체를 돕기 위한 위기 개입 시스템이다. 자살이라는 충격 사건에 노출돼 트라우마를 겪는 유족과 교인을 위로하고 지원하는 목회 방식이다.
그동안 기독교계에서 자살은 함부로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조심스럽고 예민한 주제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자살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슬픔뿐만 아니라 가장 믿었던 목회자와 교인에게 2차 가해를 당해 교회를 떠나는 안타까운 일도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아울러 생활고에 시달리는 목회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긴급목회돌봄 매뉴얼에는 자살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자료부터 자살 이후 시간대별로 목회자가 대응해야 하는 방법 등이 담겨있다.
이날 ‘생명보듬이 목회자’를 주제로 강연한 김주선 라이프호프 국장은 “자살은 일시적 사건이나 유행이 아닌 문화”라며 “성경이 자살을 죄라고 규정한다고 해서 무작정 정죄하기 보다는 이웃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기독교인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설명했다.
안해용 라이프호프 사무총장은 매뉴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교인과 교회를 돌보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라며 “자살은 교회에 큰 충격과 아픔을 주지만, 목회자는 리더의 자리에서 성도의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살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에 대응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매뉴얼을 기반으로 교회 상황에 맞게 적용해 교회 공동체가 회복의 중심에 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