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서실장 임명에…野 “총선 민의 아는 것 맞나”

입력 2024-04-22 13:51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 야당에서 비판적인 평가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인선발표 직후 한민수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정진석 비서실장 임명은 불통의 국정을 전환하라는 국민 명령을 외면한 인사라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정 실장은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인사로 그동안 국민의힘이 용산 대통령실의 거수기로 전락하도록 만든 장본인의 한 사람”이라며 “윤 대통령은 친윤계를 빼고는 쓸 인물이 없느냐”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과연 윤석열 대통령께서 4·10 총선의 민의를 제대로 알고 계신 것인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정 비서실장과 다퉜던 박수현 민주당 당선인(충남 공주·부여·청양)도 YTN 라디오 ‘뉴스 킹’과 인터뷰에서 “2심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1심에서 실형을 받으신 분 아니냐”며 이번 인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 비서실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정 비서실장에 대해 “사리 판단마저 안 된, 당심과 민심이 괴리된다는 전달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이 정부 실패의 책임이 ‘당원투표 100%룰’을 밀어붙인 사람에게 있다고 본다”며 “정진석 의원이 비서실장이 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는 2022년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정 비서실장이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투표 100%’로 결정한 일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전당대회 룰은 당원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였으나, 규칙이 변경되며 친윤 체제가 확립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지금 조언자라고 남은 사람이 몇 명이 될지,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인사가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저에게라도 물어보시라. 답해드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도 “4·10 총선 민심을 거스르는 인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국정운영 실패에 작지 않은 책임이 있는 정진석 의원을 다시 중책에 기용하는 것을 보니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는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민심을 국정운영에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다시 찾아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관섭 비서실장 후임에 5선 중진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인선발표 자리에 등장한 윤 대통령은 함께 단상에 오른 정 비서실장을 직접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정 비서실장에 대해 “여야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며 “용산 참모뿐 아니라 내각, 여당, 야당 또 언론과 시민사회 등 모든 부분에 대해 원만한 소통을 하면서 직무를 잘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비서실장은 충남 공주 태생으로, 6선 의원과 충남지사를 지낸 고(故) 정석모 의원의 아들이다. 한국일보 출신인 그는 15년간 근무하면서 주로 정치부 기자로 활약했다. 이후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충남 공주·연기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으며,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