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사진 유포하겠다”…성착취물로 불법 추심한 대부업 일당

입력 2024-04-22 13:30 수정 2024-04-22 14:09
A씨 일당이 SNS를 통해 게시한 대부업 광고. 대전경찰청 제공

온라인으로 소액을 대출해준 뒤 피해자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 주변인들에게 특정 신체부위 사진을 유포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30대 A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하고 범행에 가담한 1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334명에게 고금리로 13억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채무를 연체하면 각종 수법을 동원해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대면으로 모든 범행이 이뤄진 만큼 이들은 별도의 대부업 등록 없이 대출카페·SNS 등 온라인 광고로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대출광고는 매크로 프로그램 업체에 의뢰해 무더기로 게시했다. 광고를 보고 피해자들이 대출상담을 해오면 차용증과 신분증을 들고 사진을 촬영토록 하고, 이 사진과 가족·지인의 연락처를 담보처럼 넘겨받은 뒤 돈을 빌려줬다.

대출 금액은 약 20만~100만원 정도의 소액이었다. 20만원을 빌려주면 일주일 뒤 28만원을, 30만원을 빌려주면 40만원을 받는 식이었다. 연이자율은 보통 2000%대였지만 피해자들이 상환을 제때 하는지 여부에 따라 비율은 천차만별이었다. 최고 8만9530%의 연이율을 적용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 일당은 피해자가 정해진 기일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각종 방법을 동원해 협박했다. 처음에는 피해자를 살해한다거나 신분증을 든 사진을 유포한다고 협박하고, 심한 경우 ‘사기꾼 정보 공유’라는 내용의 수배전단을 만들어 배포했다. 성매매 업소의 전단지에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기재하고 협박하는 사례도 있었다.

대출금을 자주 연체하는 피해자에게는 기일을 연장해준다는 조건으로 신체 특정부위를 찍은 사진을 받아내기도 했다. 피해자가 결국 돈을 갚지 못하면 해당 사진을 가족·지인들에게 실제로 유포하며 큰 모욕감을 줬다.

A씨 일당이 제작해 유포한 전단지. 대전경찰청 제공

피해자들은 대부분 30~40대 직장인들이었다. 이들은 1~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서 A씨 일당에게 돈을 빌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가장 많은 횟수를 대출받은 피해자는 이들에게만 수백차례 돈을 빌려 이자만 수천만원을 뜯겼다.

채무자 중에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B씨도 있었다. A씨 일당은 B씨가 상환기일을 지키지 못하자 ‘기일을 연장해줄테니 다른 채무자들의 개인정보를 알려달라’고 회유했다. B씨는 연락이 두절된 다른 채무자들의 재취업 정보, 새로 가입한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507건을 불법으로 제공하며 이들의 범행에 가담했다.

신체 사진을 빌미로 채권을 불법추심한다는 정보를 확보한 대전경찰은 대출카페에 신고배너를 개설해 사건의 전말을 확인했다.

경찰은 운영진 3명을 구속하고 이들로부터 압수한 증거물을 분석해 나머지 피의자들도 모두 붙잡았다. 동종전과가 있었던 A씨 등 운영진 3명은 과거 대부업계에서 함께 일하던 사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압수한 피해자들의 신체사진을 모두 지우는 한편 범행에 이용된 SNS ID는 관련기관을 통해 삭제했다. B씨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공공기관에는 사건 경위를 알리고 시스템 개선을 요청했다.

홍영선 대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온라인 대출광고를 보고 대출을 진행할 경우 반드시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등록업체 여부를 확인하고 불법 추심 피해 발생 시 경찰에 신고해주시기 바란다”며 “법정이자를 초과한 고금리 대출 행위, 미등록 대부 및 악질적 불법 추심 같은 반사회적 행위가 근절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