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의 첫 회담을 앞두고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여야 중진급 인사들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서로의 감정의 골을 좁혀 다음 만남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무수석 출신 인사들은 또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실무진이 사전에 의제 조율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 첫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전병헌 전 의원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2년 만에 이뤄지는 첫 만남인 만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남의 물꼬를 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전 의원은 이어 “양측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를 갖고 회담을 하면 대화의 성과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양측이 상대방의 치명적인 약점들을 지적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등이, 이 대표 입장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각각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다. 민감한 현안은 첫 만남에서 가급적 피하고, 차차 회담이 이어질 때 어려운 주제들을 다루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 전 의원의 조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무수석 출신 인사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회담에 대해 “양측 모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일단은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는 데 의미를 둬야지, 뭘 요구하고 주고받기할 생각부터 한다면 이번 회담이 첫 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또 “정치는 상대방을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라이벌이자 파트너’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야당 대표를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 자체가 큰 소득일 것이고, 이 대표 역시 회담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무수석 출신 인사들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선 사전 의제 조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정부 네 번째 정무수석이었던 최재성 전 의원은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양자 회담이 아주 성과 있는 회담의 사례로 평가된다”면서 “이는 사전 실무 협의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방안 등 일부 현안에 대해서 이견을 확인하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와 경제 살리기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을 약속했고, 대학등록금 지원과 실업계 고교 무상교육 조속 추진 등 각자의 요구사항이 고루 반영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최 전 의원은 “이번에도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사전 협의를 잘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회담이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정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수시로 만날 수 있다면 아주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자칫 민주당의 정치공세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근혜정부 때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전 의원은 “과거 경험을 보면 야당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성과를 낼 생각보다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안 들어주더라’는 식의 비판만 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이 대표가 벌써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현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의제를 꺼내 든 것은 회담을 앞두고 걱정되는 대목”이라며 “사전에 의제 선정을 명확히 하고 어느 정도의 공동 의견을 도출해내지 못할 경우 자칫 회담은 야당의 독무대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선 이택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