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950억 달러 우크라·이스라엘·대만 등 지원안 처리

입력 2024-04-21 05:51 수정 2024-04-21 08:31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 등에 대한 안보 지원 법안을 처리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 하원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에 대한 950억 달러 규모 안보지원 예산을 처리했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패키지 안보지원 처리를 요청한 지 6개월여 만이다. 하원이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를 뚫고 안보지원 예산을 처리하면서 열세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황도 반전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미 하원은 20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608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의 지원안을 찬성 311표, 반대 112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전원과 공화당 101명이 찬성했다. 반대표는 모두 공화당에서 나왔다.

미 하원은 이스라엘에 대한 260억 달러(약 36조 원) 지원안, 대만 등 인도·태평양 동맹 및 파트너에 대한 81억 달러(약 11조 원) 지원안도 각각 통과시켰다.

우크라이나 지원안에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100억 달러의 경제 원조에 대한 상환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지원을 차관 형태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제안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법안은 미국 대통령이 2026년부터 이를 탕감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하원은 이날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강제 매각 법안 수정안 등을 담은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 법안’도 찬성 360표, 반대 58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틱톡 모회사인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270일(90일 연장 가능)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 법안에선 매각 기간을 6개월로 제시했는데, 수정안은 이를 최장 360일로 완화했다.

특히 이 법안은 미국이 동결 중인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이란 석유 수출 관련 제재, 펜타닐 공급망 관련 제재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 등 안보 지원과 틱톡 차단을 연계한 것이다. 상원은 오는 23일 이들 법안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다.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CNN은 설명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대만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합한 1050억 달러 패키지 안보 예산안 처리를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국경 강화 문제를 거론하며 이들 법안 처리를 반대해 왔다.

전문가들은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하며 중동 긴장이 고조된 것이 분위기를 반전했다고 분석했다. 대이스라엘 지원 필요성이 고조되자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 지원 등을 개별 법안으로 분리해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화당 강경파는 이번에도 반대 뜻을 분명히 했지만, 온건파 공화당이 민주당과 연합하며 법안 처리가 가능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중대한 분기점에서 그들(하원의원들)은 역사의 요청에 부응해 내가 몇 달간 싸워온 시급한 국가안보 법안을 처리했다”며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결정적인 지원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이 신속하게 이 패키지 법안을 내 책상으로 보내고, 내 서명을 거쳐 법제화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의 긴급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무기와 장비들을 빨리 (우크라이나로) 보낼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오랫동안 기다려온, 매우 중요한 미국의 원조 패키지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다. 러시아의 악이 승리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모든 미국인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의 지원을 이용해 두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푸틴이 패배해야만 하는 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상원은 이날 미 정보 당국이 국외 외국인을 도·감청할 수 있도록 한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를 2년간 재승인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FISA는 미국의 가장 핵심적인 정보 수단 중 하나로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미국인들을 지켜낼 수 있게 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신속히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