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도박 서버를 개설해 청소년 1500명을 상대로 인터넷 도박을 유도하고 2억원대 부당 수익을 챙긴 10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또래 명의 계좌로 돈을 송금받아 도박 게임에 베팅하도록 유도하는 수법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8일 도박장 개설·도박·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20대 운영자 A씨를 구속 송치하고, 중학생 총책 B군과 고교생 서버 관리자 C군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개설한 도박사이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중고생 96명에 대해선 경찰서 선도심사위원회 회부 조치를 내렸다.
도박 이용자 대부분은 10대로 이들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범행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분을 쌓은 중학생 총책 B군과 고등학생 서버 관리자 C군의 주도로 시작됐다.
B군과 C군은 서버 제작이 가능한 소셜미디어인 ‘디스코드’에 도박 서버를 만든 뒤 서버 개발 및 유지 관리, 운영 등의 역할을 분담했고 직원 모집 글을 올려 공범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게임머니를 충전 및 환전하는 직원으로 중학생과 대학생을 뽑았다. 구속된 A씨 역시 애초 도박 사이트 이용자였다가 직원 모집 글을 보고 지원해 운영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한 계좌당 10만~20만원을 주고 10대 청소년 5명의 계좌를 사들여 송금 계좌로 사용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B군은 A씨에게 수사 내용을 공유하며 A씨에게 사이트 운영 전체를 맡도록 했다고 한다.
이들 일당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10개월가량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모두 2억13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용자가 베팅한 금액 중 최고 금액은 218만원이었으며, 한 고등학생의 경우 4개월간 325차례나 돈을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도박 서버를 폐쇄하고 도박 중독 증세를 보이는 이용자 96명 모두를 선도프로그램에 연계했다. 또 보호자 인증 없이는 도박 사이트 운영을 할 수 없도록 웹호스팅 서비스 가입 관련 기관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 광고에 현혹돼 불법 도박에 빠지던 수준에서 벗어나 직접 도박 서버를 운영하고 계좌까지 제공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기심 많고 절제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이버 도박이 확산되지 않도록 수사·단속·치유·재활·교육·홍보에 이르기까지 총력을 다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