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공원이나 둘레길의 비상벨·폐쇄회로(CC)TV 등 범죄 예방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성폭력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3~30일 서울둘레길(1~7코스)과 주변 시민이용시설(9곳)을 현장 점검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지난 13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 비상벨 운영, CCTV 관리, 보안등 설치 등에 부실한 부분이 확인됐다.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야외공연장 뒤 옹벽 부근은 위치가 외져 범죄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비상벨이 고장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또 비상벨이 공원 내 운영실로 연결돼 있긴 했지만, 업무시간을 제외하고는 운영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없어 위급 상황 시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서울둘레길 5코스 남자화장실의 경우 내부 비상벨에 경찰과의 통화 장치가 연결돼 있지 않아 위급 상황에서의 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CCTV 관리가 부실한 곳도 여럿 있었다. 서울둘레길 2~3 코스 구간 등 6곳에는 키 높은 나무 등으로 인해 이용자 시야 확보가 어려워 범죄 발생 우려가 큰 CCTV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또 CCTV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화질이 현저히 떨어져 사람을 식별하기 어렵거나, 24시간 CCTV 운영이 지켜지지 않는 곳들도 있었다.
한 구역에는 주·야간 시설경비원 3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지만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 간 사이인 오전 8시~오전 10시30분, 오후 7시30분~오후 10시 공백이 있어 이 시간에는 실시간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서울둘레길 2~3 코스 구간에는 보안등이 고장났거나 기울어져 있었고, 한 근린공원에서는 보안등의 조명이 약해 거리를 잘 비추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시 감사위는 담당 부서와 자치구에 이 같은 결과를 통보하고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