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을 장애로 인정해달라는 국내 첫 행정소송이 17일 대구에서 열렸다.
대구지법 행정1단독 배관진 판사는 17일 HIV 감염인 70대 A씨가 대구 남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 등록 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 첫 심리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A씨는 대구 남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장애인 등록 신청을 했지만 ‘장애 진단 심사용 진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부됐다. 이에 A씨는 지난 1월 HIV 감염을 장애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 진단 심사용 진단서는 장애 정도 판정 기준에 따라 발급되는데, 현재의 장애 정도 판정 기준에는 HIV 감염으로 인한 장애 인정 기준이 없다. A씨 측 법률 대리인은 이를 근거로 A씨가 장애 진단 심사용 진단서를 발급받거나 제출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또 대법원이 2019년 시행령에 명시적으로 장애인으로 분류되지 않은 ‘뚜렛 증후군’도 증상이 오래 이어질 경우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취지로 내린 판결을 청구 근거로 내세웠다.
이에 남구청 측은 “A씨가 장애 정도 심사용 진단서를 내야 국민연금공단에 심사 의뢰가 가능한데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 반려 처분을 했을 뿐”이라며 HIV 감염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보건복지부 장관 소관이라고 맞섰다.
이와 관련해 배 부장판사는 “남구청 측은 뚜렛 증후군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정화하게 살펴서 구체적인 답변서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2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2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날 재판에 앞서 레드리본인권연대는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가 인정한 HIV 감염을 우리 정부도 인정하고 HIV 감염인의 장애 등록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레드리본인권연대 관계자는 “A씨는 HIV 감염으로 모든 사회적 관계, 재화와 용역, 의료 등에서 차별이라는 사회적 장애를 겪고 있고 면역 결핍이라는 신체적 장애도 앓고 있다”며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가 HIV 감염을 장애로 인정하고 있고 유엔도 이를 권고해 우리 정부도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