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된 SSG 랜더스 최정의 프로 경력은 ‘꾸준함’ 한 마디로 압축된다. 수비 부담이 작지 않은 포지션에 몸 맞는 공 또한 잦은데도 철저한 프로 의식을 바탕으로 리그 사상 최고 타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이다.
신인 때부터 가능성이 엿보였다. 고교 최고 타자에게 수여하는 이영민 타격상을 거머쥐고 2005년 프로에 입성한 최정은 그해 93타석만 소화하고도 0.247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해 5월 21일 현대 유니콘스전에선 프로 첫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당시 SK 소속이었던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입단할 때부터 워낙 재능이 뛰어났다”고 돌이켰다.
전설은 이듬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타율은 0.221로 낮았으나 12홈런을 때려내며 20세가 되기도 전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18시즌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10홈런을 넘겼다. 홈런왕도 세 차례 차지했다.
그의 진가는 홈런 이외의 기록으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9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을 제치고 누적 1위에 등극한 득점이 대표적이다. 타점·경기 수·타석·타수 또한 17일 기준으로 모두 역대 5위 안에 든다. 몸에 맞는 공은 통산 300개를 훌쩍 넘어 압도적 1위다.
전문가들도 최정의 한결같은 모습을 높이 샀다. 박 위원은 “(최정의) 최대 강점은 꾸준함과 자기관리”라고 강조했다. 장성호 KBS N 해설위원 역시 “467(홈런)이라는 수보다 대단한 건 매년 20~30개씩 꾸준하게 때려냈다는 점”이라며 “상대적으로 부상 위험에 많이 노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고 짚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넘어 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최정의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36세 시즌이던 지난해 장타율 1위(0.548)로 한화 이글스 노시환의 3관왕을 저지한 데 이어 올해 재차 홈런왕 레이스에 도전장을 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생애 3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됨에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 타자다.
전례 없는 순수 KBO리그 500홈런 고지도 머지않았다. 이승엽 감독이 현역시절 626개를 때려냈지만, 이는 일본프로야구(NPB) 기록을 합산한 수치다. 최근 3년간 연평균 30개의 아치를 그린 최정의 기량을 고려할 때 이르면 내년 안에 달성 가능하다는 평이다. 장 위원은 “조금 힘을 낸다면 550개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KBO리그에서 최정을 넘어서는 기록이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