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 중 산재 처리 과정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근로자는 24% 수준에 불과하며, 74%는 산재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정부의 ‘산재보험 특정감사’ 이후 부당한 산재 판정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36%를 차지했다.
한국노총은 16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산재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현황 및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달 4일부터 15일까지 산재 노동자 단체 8곳, 총 11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업종별 비율은 제조업 31.1% 건설업 29.4% 광업 14.3% 순이었다.
조사 결과 자신의 산재처리 과정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24.3%에 불과했다. ‘아주 잘 알고 있었다’는 6.7%, ‘잘 알고 있었다’는 17.6%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4.6%는 산재 처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그 이유로 ‘산재처리 과정에 대한 지식 및 정보 부족’(40.0%)을 가장 많이 꼽았다. ‘복잡한 산재처리 과정에 따른 행정적 어려움’(18.5%), ‘산재승인 전 경제적 부담과 회사의 비협조’(15.4%)가 뒤를 이었다.
산재 발생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도 74.8%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55%는 산재 발생 이후 승인 때까지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했다. 회사에서 치료비를 지원했다는 응답은 14.6%에 그쳤다. 산재 발생 이후 산재 승인까지 생계비 마련 방법을 묻자 ‘개인 예금 및 적금 해지’(37.1%)와 ‘저축한 돈 사용’(29.2%)이 절반을 넘었다.
산재처리기간 산재보험으로 치료비와 생계비를 우선 보상해주는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96.7%가 동의했다. 현행 요양급여, 휴업급여, 간병급여 등 산재보상급여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67.2%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산재보험 제도 관련 특정감사 이후 산재 노동자가 산재판정에서 변화를 겪었는지도 조사했다. 그 결과 부당한 산재판정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36.1%로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산재 요양이 종결되거나(39.0%), 재요양 승인이 늦어졌다(19.5%)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산재 요양이 종결된 응답자의 경우 80%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중 40%는 산재로 더이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노총은 “산재 노동자 대부분이 산재 발생 이후 경제적 고통이 상당한 만큼 산재보험 선보장 제도를 도입하고, 산재처리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마련해 노동자들이 산재처리 절차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부가 산재 노동자를 명확한 근거 없이 ‘산재 카르텔’ 집단으로 특정해 정당하게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들까지 피해를 받고 있다”며 “정부는 산재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와 보상을 받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용부는 부당한 산재 요양 중단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중증 요양상태나 직업성 암 등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을 제외하고 진료계획서 의학자문을 통해 요양 적정성을 점검해, 일부 장기 요양환자에 대해 요양 연장을 하지 않고 치료 종결 결정했다”며 “감사 이후 갑작스러운 요양 종결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