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처음이 어려운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MSI도 우승하겠습니다.”
젠지 ‘기인’ 김기인이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을 달성한 소감을 밝혔다.
젠지는 14일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T1에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1세트를 따낸 뒤 2·3세트를 내리 패배했으나, 이어지는 두 번의 세트를 다시 이겨 우승에 성공했다.
파이널 MVP로는 김기인이 선정됐다. 1세트에서 럼블, 4세트에서 크산테로 좋은 플레이를 펼치며 시동을 건 그는 마지막 5세트에서 라인전 솔로 킬을 따내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쳐 이날의 주인공이 됐다. 결승전에 나선 10명 중 유일한 무관(無冠)이었던 그는 자신의 손으로 오명을 지웠다.
경기 후 우승팀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기인은 “프로 생활을 하면서 긴 시간을 보낸 끝에 우승했다. 우승은 처음이 어려운 거라고 생각한다. 이 경기력을 유지해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도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부터 목감기 때문에 고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인은 “가벼운 목감기를 앓는 정도다. 몸에 열이 있고, 목이 아픈 것을 제외하고는 컨디션이 괜찮았다”면서 “경기력에 영향이 있지는 않았다. 집중을 해서 (게임이) 좋게 풀렸다”고 말했다.
2017년 혜성처럼 등장, 이듬해 아프리카 프릭스 소속으로 곧바로 결승전에 진출했던 그의 첫 우승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거라고는 그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다. 김기인은 “데뷔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결승까지 금방 올라갔다. 다시 결승에 갈 기회가 올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기회가 오자마자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기인은 꼴찌에서 정상까지 오른 그를 보며 꿈을 키울 신인 선수들에게도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아카데미 선수들도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보답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평소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김기인이지만, 이날은 우승 확정 직후 무대 위에서 펑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쵸비’ 정지훈은 기자회견에서 “쉽게 3대 0으로 이겼다면 김기인이 안 울었을 것 같다. 우리가 5세트까지 경기를 끌고 갔으니 ‘기인을 울린 남자들’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트로피는 기인이보고 들라고 해.” 기자회견 종료 후, 젠지 선수들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김기인에게 우승 트로피를 맡기고서 먼저 퇴장했다. 가장 늦게 자리에서 일어선 김기인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그동안 다른 이들보다 먼 거리에서 바라만 봐왔던 트로피를 양손으로 품고서 기자실을 나섰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