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선수, 일반 스포츠 선수와 같은 심리적 어려움 호소”

입력 2024-04-11 18:20 수정 2024-04-12 12:09
LCK 소속 유명 프로 팀에서 심리상담가로 활동했던 안효연 게임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사가 11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회 게임과학 심포지엄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e스포츠’에서 발표하고 있다.

락스 타이거즈, 킹존 드래곤, KT 롤스터 등 유명 프로게임단에서 심리상담가로 활동했던 안효연 게임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사는 “프로 e스포츠 선수들은 일반 운동 선수와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전문적인 프로게이머 케어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박사는 11일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회 게임과학 심포지엄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e스포츠’에서 “e스포츠 선수는 (다른 프로 스포츠와 같이) 역동적인 분위기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안 박사는 스포츠 심리학적 관점에서 전·현직 e스포츠 선수들의 스트레스 및 번아웃 경험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e스포츠 선수는 개인 경기력, 지도자와 선수 간의 충돌 등 팀의 역동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기장에는 승리 팀과 패배 팀 뒤에 승패 문구가 크게 표출된다. 이러한 경쟁적인 상황 속에서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보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신체적, 행동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선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1년 동안 선수들이 단체 생활을 하면서 지도자와 선수간의 트러블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첨언했다.

안 박사는 ‘리그오브레전드(LoL)’ 국내 프로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예시로 들며 “예전 e스포츠 선수는 ‘내가 일반 운동선수와 같은 프로 선수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가졌으나 현재는 일반 선수와 동일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e스포츠가 일반적인 스포츠와 다르게 상대 팀과 연습 경기(스크림)를 잦게 하는 연습 방식을 채택하면서 승패에 더욱 노출되고, 그만큼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크다고 설명했다.

안 박사는 “축구 선수들은 경기 후 긴 회복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피로 물질이 쌓인다. 반면 e스포츠 선수들은 오후 1시에 시작해 늦게는 새벽 5~6시까지 이어지는 특수한 훈련 일정을 가진 만큼 다른 개념의 피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병주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가 설명 중인 포지셔닝 스킬, 엣지 패닝 스킬, 콤보 실행 스킬, 시각처리 스킬 등 e스포츠 8가지 메카니컬 스킬 일부.

LCK는 매치마다 3판 2선승제로 진행되는데 스프링, 서머 2개의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 등에 모두 출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프로게이머는 연간 최대 158번의 국내 리그 경기를 한다. 경기 시간이 한 게임 당 30~40분인 점을 감안하면 1년 내내 꾸준히 폼을 유지하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또한 게임 특성상 코치진이 실시간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선수가 경기 중에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심리 콘트롤도 중요하다.

안 박사는 프로게이머 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수행력 ▲과도한 훈련 ▲대인 관계로 인해 번아웃을 경험한다고 전했다.

안 박사는 “아직 객관적으로 개발된 e스포츠 선수의 경기력 지표는 없다.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지표가 될 뿐”이라면서 “이러한 이유로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들은 실패하지 않으려는, 안전한 경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안 박사는 선수들이 시즌 중 휴식과 휴일이 없이 진행되는 시즌에 어려움을 호소한다면서 “평균적으로 하루에 6회의 연습경기를 하는데 매일 경기를 마치고 팀 피드백을 하면서 선수들 간에 의사소통의 오류가 있는 경우 소위 ‘남 탓’을 하면서 논쟁이 일기도 한다”고 밝혔다.

안 박사는 훈련 방법, 명확하지 않는 출신도 번아웃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 “e스포츠 연구의 범위가 크게 확장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서 있는 e스포츠 선수들에 관한 연구가 특히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윤태진 게임과학연구원장이 11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회 게임과학 심포지엄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e스포츠’에서 개화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발표자로 참여한 토비아스 숄츠 e스포츠 연구 네트워크(ERN) 의장은 e스포츠를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맞게 ‘교육’과 접목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프로게이머의 경기만 e스포츠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 의회에서는 e스포츠의 정의를 플레이어, 디지털 게임, 경쟁적 요소 3가지로 보았다. 이는 아마추어와 일반 게이머까지 포괄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숄츠 교수는 게임이 성공적으로 e스포츠화하기 위해서는 배우기 쉬우나 숙련되기 어려운 단계가 존재해야 하며 관람하기도 쉬워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3가지 특징은 교육적 관점에서도 일맥상통한다고 전했다.

이병주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포지셔닝 스킬, 엣지 패닝 스킬, 콤보 실행 스킬, 시각처리 스킬 등 8가지 e스포츠 메카니컬 스킬에 대해 3년 동안 진행한 연구를 소개했다.

윤태진 게임과학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e스포츠는 아직 많은 사람이 간단한 레저, 관람 스포츠, 유행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e스포츠는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굉장히 글로벌한 신산업이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이미 세계화돼 있다”면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비교하기 어려운 복합적 가상이라고 생각한다. 진지한 연구가 필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게임과학연구원, 디그라한국학회, ERN, 연세게임문화연구센터(YEGER), 연세 e스포츠 연구실(YESLab)이 공동 주최하고 문체부, 게임문화재단, 한국e스포츠협회가 후원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