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에서 참패한 책임을 지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면서 비윤계로 분류되는 나경원·안철수 당선인과 ‘원조 윤핵관’ 권성동 당선인 등이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한 위원장은 11일 “민심은 언제나 옳다”며 22대 국회의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론으로 참패를 당한 만큼 2년간 당의 주류로 활동해온 친윤계의 입지는 좁아지는 반면 비윤계 중량급 인사의 입지는 넓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5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서울 동작을) 당선인과 4선에 성공한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이 차기 당권 후보로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친윤계와 각을 세운 경험이 있고, 이번 총선에서 격전지인 수도권 지역구를 기반으로 생환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 당선인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를 고민하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아 최종 고사했다. 당시 친윤계 초선들은 그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이번 총선의 대표 격전지였던 수도권 한강벨트에서 지역구 탈환에 성공한 만큼 당내 입지도 더 커질 전망이다.
나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권 여당의 앞날이 매우 위태롭다”며 “여야·좌우·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하나로 담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4선에 성공한 안철수 의원 역시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중심으로 한 친윤계의 압박에 밀려 당 대표로 선출되지 못했다.
다만 안 의원은 이날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권 도전 가능성과 관련해 “당장 그럴 계획 같은 건 없다”면서 “당장의 계획보다 (지역의) 시급한 일들을 먼저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단계적 증원 방침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 눈높이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미움받을 용기로 감히 건의드린다”며 정부 의대 증원 문제를 겨냥했다.
강원 강릉에서 당선되며 5선 고지에 오른 권성동 의원도 차기 당권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윤석열 정권 탄생에 일조하며 원조 윤핵관으로 불렸으나 3·8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친윤계와 거리 두기를 해왔다.
그는 이번 총선 기간 연합뉴스에 “당 대표가 되고 싶다”며 당권 도전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낙동강벨트’ 최대 승부처인 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돼 4선 고지에 오른 김태호 의원 역시 당내 체급이 커졌다. 특정 계파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밖에 당내 최다선인 6선의 주호영 대구 수성갑 의원과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을 의원, 험지에 출마해 이재명과 맞붙었던 원희룡 전 장관 등의 이후 행보도 주목된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