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쇼크에 달러 가치 급등…물 건너간 6월 금리인하

입력 2024-04-11 17:20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7월 이후로 또다시 미뤄졌다. 견고한 미국 경제 지표에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 가치는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1364원으로 치솟았고, 엔·달러 환율 역시 153엔대를 뚫어 ‘역대급 엔저’를 기록했다.

11일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3월 CPI는 1년 전보다 3.5% 올라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투자은행(IB)들은 CPI 발표 이후 금리 인하 시점을 기존 6월에서 7월 이후로 수정했다.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한 차례로 축소되고 있다. 영국 IB 바클레이즈는 금리 인하 시점을 9월 한 차례로 전망했고, 12월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스위스 UBS 역시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6월에서 9월로 변경하고, 인하 폭을 75bp(1bp=0.01%)에서 50bp로 축소했다.

이날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금리 조기 인하에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의사록에서 한 연준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때까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달러 가치는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5.245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364.1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환율이 1365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최고가와 종가 모두 2022년 11월 10일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엔화 역시 달러당 153.2엔까지 오르며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높은 긴장감을 갖고 (환율)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며 “과도한 움직임에는 모든 옵션(선택지)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구두 개입에 나섰다.

중국 위안화 역시 약세 압박이 커지고 있다. 미국 물가와 달리 중국 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중국의 3월 CPI는 지난해보다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양대 경제 대국의 금리 격차가 위안화에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