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탐지견 탈락한 구조견 ‘로저’…지진 시름 대만의 영웅되다

입력 2024-04-11 14:34
낙석더미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는 로저. 천치마이 가오슝 시장 페이스북.

지진으로 생긴 낙석더미에서 20대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 구조견이 대만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대만 관영 중앙통신(CNA)은 수색 구조견 로저(Roger)가 타로코 국립공원의 낙석더미에서 실종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대만 동부 해역에서 규모 7.2(미국·유럽 지진당국 발표는 7.4)의 강진이 강타한 이후 가오슝 당국은 실종자 수색을 위해 구조견 4마리를 투입했다.

로저는 지난 6일 실종자와 희생자가 많았던 타로코 협곡 일대에서 사망한 21세 여성의 시신을 찾아냈다. 천치마이 가오슝 시장은 페이스북에 “로저가 바위더미를 수색하던 중 특정 지점에서 멈춰 신호를 보냈다. 덕분에 구조 요원이 희생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천 시장은 로저가 방송에 출연해 아이스크림 모양 장난감을 망가뜨리는 사진도 함께 올려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대만 시민들은 “작은 영웅들이 계속 힘을 내길 바란다” “로저는 대만의 자존심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장난감을 물어뜯는 로저. 천치마이 가오슝 시장 페이스북.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로저는 타이중시의 세관 마약 탐지견 훈련 센터에서 태어났다. 활발한 성격 탓에 명령을 정확히 수행해야 하는 마약탐지견이 되지 못했고 이후 수색 구조견으로 길러졌다.

가오슝 소방서 구조견 부대 천치산 대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로저가 한 살이었을 때 구조 훈련 학교로 전학을 갔다”며 “지나치게 활발하고 독립적이어서 마약 탐지견의 요건에는 맞지 않았지만 구조견에 적합했다”고 말했다.

로저는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한 2018년 첫 임무 수행을 시작으로 그간 7번의 수색 작전에 참여했다. 2022년에는 국제구조견기구의 인증을 받기도 했다.

올해 8살이 된 로저는 은퇴를 앞두고 있다. 동물 보호법에 따라 구조견이 9세가 되면 적절한 입양처를 찾아야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김효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