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분증이 아니었네’…광주 사전투표 관리 ‘구멍’ 뚫려

입력 2024-04-10 16:27 수정 2024-04-10 16:38

지난 5~6일 사전투표 과정에서 타인이 분실한 신분증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사례가 드러나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관리와 투표사무원의 업무소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서구선관위와 경찰에 따르면 10일 오전 10시쯤 치평동 제2투표소에서 ‘중복투표’ 혐의를 받은 A 할머니(79)씨가 며칠 전 분실한 신분증으로 지인 B(89) 할머니가 사전투표에 이미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투표권 행사를 위해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고 투표소를 찾은 A 할머니는 이날 신원 확인 과정에서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것으로 분류됐고 중복투표자로 오해를 받았다.

A 할머니는 투표 사무원 등이 “사전투표를 마친 것으로 분류돼 있는 만큼 투표를 할 수 없다”고 제지하자 “얼마 전 신분증을 잃어버렸지만 그런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위파악에 나선 선관위와 경찰은 CCTV 영상분석을 토대로 A 할머니와 지인 관계인 B 할머니가 지난 사전투표 당시 A 할머니의 신분증을 자신의 주민등록증으로 잘못 알고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밝혀냈다.

경찰은 고령인 B 할머니의 행위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선거법 위반 등으로 별도 형사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할 방침이다. B 할머니는 경로당에서 우연히 주웠던 신분증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A 할머니와 B 할머니는 같은 경로당에 다니는 사이로 신분증을 일부러 바꿔치기하거나 중복투표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