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가 신종 액상 담배의 출현에 대응해 담배 시장 분석 및 과세 방안 연구에 나섰다. 이에 액상 담배의 원료인 합성 니코틴을 둘러싼 ‘담배 과세’ 논란이 총선 후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예정처는 최근 ‘담배시장 변화에 따른 담배 과세체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배 종류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주요 국가의 담배 종류별 과세 제도와 시장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통해 담배 과세 방식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용역은 약 4개월의 수행기간을 거쳐 하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예정처 관계자는 “향후 합성 니코틴 등 신종 담배 과세 문제가 다시 국회에서 논의될 때를 대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합성 니코틴은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이미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앞서 기획재정위원회 재정소위는 담배 원료의 범위를 연초의 뿌리·줄기와 합성 니코틴까지 확대하는 취지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2월까지 수차례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담배사업법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합성 니코틴의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포함에 반대한 탓이었다. 자칫 합성 니코틴의 유통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 입장은 지금도 기존 논의 때와 달라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도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 담배가 국내에서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 수입된 액상 담배 용액 378t 중 합성 니코틴은 98t으로 전체의 4분의 1이 넘었다. 합성 니코틴은 오히려 규제 사각지대의 이점을 한껏 누리고 있다. 현행법상 담배가 아닌 합성 니코틴은 여타 담배처럼 세금과 국민건강증부담금을 부담하지 않아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지닌다. 온라인 판매나 광고·판촉 금지 등의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담배 업자들이 천연 니코틴을 수입하면서 합성 니코틴으로 허위 신고해 세금을 탈루하는 등의 악용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향후 논의가 재개될 경우 기재부의 입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는 세수가 꼽힌다. 예정처는 합성 니코틴에도 개별소비세와 건강증진부담금 등을 동일하게 매길 경우 5년간 1012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허위 신고를 통한 세금 탈루 관행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증가분은 이보다도 클 전망이다. 근래 세수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기재부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합성 니코틴 과세가 향후 일반 궐련 담배와 액상 담배의 가격까지 덩달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총선을 마친 정부가 합성 니코틴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담뱃값 인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기재부는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어왔다. 지난 2월에도 기재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총선 후에도 담뱃값 인상 검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