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액 텀블러’ 사건 이후… “학교 측 대응에 또 상처”

입력 2024-04-10 06:00 수정 2024-04-10 13:35
피해 교사의 텀블러. JTBC '사건반장'

경남 사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교사의 텀블러에 체액을 몰래 넣은 사건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는데, 피해 교사가 학교 측의 대응에 또 한번 상처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지난 8일 JTBC ‘사건반장’에 방영된 피해교사 A씨는 인터뷰에서 “(가해 학생의) 담임 선생님에게 카톡이 왔는데 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학생을 처벌해서 후폭풍을 학생과 학교가 막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며 “학생에 대해서 처벌이 끝났다고 해서 내가 받은 피해가 진정된 건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산업재해 처리를 학교에 요청했다. 적극적으로 돕겠다던 학교 측의 대답을 믿고 4개월을 기다렸으나 “산재처리는 개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성 관련 사안은 학교에서 일어나면 자체 해결을 하더라도 보고를 해야 하는 거로 알기 때문에 도 교육청 등 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며 “교육청에 보고한 후 (학교 측에서) 나에게 ‘의중이 뭐냐’고 했다”고 털어놨다.

경남교사노조 측은 “의중을 묻는 게 아니라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물어봐야 하는 것”이라며 A씨를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1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재물손괴죄밖에 적용이 안 된다는 답을 받았다. 그는 “내가 들고 있는 텀블러에 체액을 넣거나 저한테 직접 묻힌 게 아니라 제가 두고 있었던 물건에 넣은 거니까 그렇다더라”며 “(가해 학생 부모가) ‘우리 애도 밥도 못 먹고 힘들어한다. 원래 착한 애다’ 이런 얘기를 (경찰에)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교사생활을 이제 막 시작했던 사회초년생 A씨는 사건 후 사실상 무기한 휴직 상태다. 그는 “저도 첫 교사생활이니까 의무감 때문에 ‘그래도 학생이 빨간줄이 그어지면 살아가기 힘들겠구나’ 싶어서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처벌은 바라지 않지만 할 수 있는 최대의 징계를 줬으면 했다”며 “(남학생은) 아무렇지 않게 지내더라는 말을 들으니까 내가 잘못 생각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커서 술자리 같은 데서 가십거리밖에 안 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 손으로 생수병을 안 열면 못 마신다”며 “방송이 나갔지만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가해 학생의 부모도 여전히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가해 학생 A군은 사건이 공론화된 후 학교 선도위원회에서 근신과 특별교육 이수 처분을 받고 2주간 등교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B씨와 가해 학생 분리가 이뤄졌고, B씨가 가해 학생에 대해 선처를 원해 자체 징계 등 조치를 했다는 입장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