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강정’ 자영업 증가세…창업 줄고 ‘좀비 자영업’ 늘고

입력 2024-04-10 06:01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했던 자영업자 수가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사장’보다는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증가세가 뚜렷하다. 긍정적인 현상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훑어보면 경제에 좋은 신호만으로는 보기가 힘들다. 신규로 창업하는 이들의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탓이다. 사장을 꿈꾸는 이들이 감소하는 데도 자영업자가 늘어난 이유로는 기존 자영업자들의 ‘버티기’가 꼽힌다. 양적으로만 증가하는 자영업자 현황이 경제 전체의 역동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영업자 수는 모두 568만9000명으로 전년(563만2000명) 대비 1.0% 증가했다. 자영업자 수가 1년 전 대비 2.2% 늘어난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자영업자 수의 2년 연속 상승세는 2012년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전체 자영업자 수도 주목할 만하다. 자영업자 수는 2022년에 이미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560만6000명) 규모를 넘어선 상태다. 특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고용 시장에는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1명 이상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2022년과 지난해에 전년 대비 각각 4.5%, 4.0% 증가했다.

겉으로만 보면 성장세를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창업자가 감소하는 탓이다.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자영업이라 할 수 있는 일반 사업자의 창업은 계속 줄고 있다. 2022년의 경우 신규 일반 사업자 수는 69만7438명으로 2021년과 비교해 8만1452명이 감소했다. 비율로는 10.5%나 급감했다.


신규 일반 사업자 수가 줄고 있는데도 전체 자영업자 수가 늘고 있는 원인으로는 그만큼 폐업이 감소한 점이 꼽힌다. 국세청 국세통계 상 2022년에 폐업한 일반 사업자는 43만7752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만8818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감소율은 4.1%로 창업하는 이들 감소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창업이 적더라도 폐업도 적으니 전체 자영업자 수가 유지 또는 늘어나는 현상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 추세는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이 1분기에 조기 공개한 국세통계 중 자영업자 현황을 엿볼 수 있는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수’는 지난해 기준 302만7466명으로 전년 대비 9만7076명 느는 데 그쳤다. 증가폭이 최근 5년 사이 가장 작다.

경제 전체로 보면 부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도전’의 상징인 창업이 줄어 든 것도 문제지만 경기 침체 상황에서 폐업이 감소하는 것 역시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폐업 후 직장을 찾거나 새롭게 창업하는 게 아니라 그저 연명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 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 다중채무 연체액은 21조7955억원으로 전년 말(14조2950억원) 대비 52.5%나 급증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수도 내수지만 고금리 영향 역시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