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구개발(R&D)업 노동생산성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편성한 R&D 예산의 절대적 규모는 매년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지만 해당 분야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이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한국생산성본부의 노동생산성 지수(산업생산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업 노동생산성은 93.3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 지표가 100보다 낮으면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연구개발업에 투입된 노동량에 비해 해당 분야에서 거둔 실적이나 성과가 미흡했다는 뜻이다.
연구개발업의 노동생산성은 10년 연속 ‘내리막세’였다. 이 지표는 2013년(152.1) 최고점을 찍은 이래 2014년 139.2, 2015년 122.2, 2016년 117.8, 2017년 115.3 등 꾸준히 감소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한 2020년(100.0) 이후 세 자릿수대가 처음 무너졌다. 2021~2023년 연구개발업 노동생산성은 90대에 머무른다.
지식 집약적인 속성이 강한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 지수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해당 지수는 2011년 138.1, 2012년 140.8, 2013년 141.6 등 꾸준히 세 자릿수를 기록하다 2021년(97.9) 처음으로 100을 밑돌고 2022년 94.3, 지난해 93.8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R&D 예산이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연구개발업의 생산성이 부진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부의 R&D 전체 예산 규모는 2012년 16조원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 31조1000억원으로 지난 10년간 2배가량 뛰었다. 올해는 25조9000억원으로 현 정부의 관련 예산 감액 기조가 반영돼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최근 대통령실은 기존 방침을 뒤집고 내년 R&D 예산을 역대 최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나눠먹기식’ R&D 지원 등에 따라 투입 대비 성과가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예산을 무작정 줄이기보다는 기술 특허·소유권을 보장하고 연구진 보상체계를 높이는 등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R&D 예산 증가에도 생산성은 부진… 작년 ‘최저’
입력 2024-04-1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