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 속도 MLB 상위 13%… 이정후 ‘띄우면 산다’

입력 2024-04-09 17:16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9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 경기 1회말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2루타 때 홈을 파고들고 있다. AP 뉴시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6경기 만의 멀티 히트로 타격감을 끌어 올렸다. 여타 양호한 타격 지표에도 좀처럼 공을 띄우지 못하면서 침묵했으나 9일(한국시간) 경기에선 두 차례 외야로 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9일 전까지 올 시즌 이정후의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93.4마일(150.3㎞)로 측정됐다. 메이저리그(MLB) 평균인 88.4마일을 웃도는 수치로 양대 리그 상위 13%에 해당했다.

공을 맞히는 능력 또한 빼어났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에 대한 콘택트 비율은 95.7%로 리그 평균 82%를 크게 상회했다. 존을 벗어난 공을 맞힌 비율 또한 72.7%로 높았다.

그럼에도 최근 타격 성적은 그답지 않았다. 지난 2일 LA 다저스전 멀티 히트를 기록한 뒤 5경기 동안 2안타에 그쳤다. 3할 안팎이었던 시즌 타율은 2할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범인으로 지목된 것은 타구 발사각도였다. 리그 평균이 12.2도인 데 반해 이정후의 발사각은 4.1도에 불과했다. 땅볼이 전체 타구의 60%에 육박했고 라인드라이브와 뜬공 비율은 평균에 못 미쳤다.

이는 곧 반등의 실마리기도 했다. 이정후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활약했다.

안타로 연결된 두 개 타구 모두 외야 잔디에 떨어졌다. 1회 첫 타석에선 상대 선발 트레버 윌리엄스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깎아내듯 밀어 유격수 왼쪽으로 빠져나가는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낮게 제구된 볼성 투구였지만 의식적으로 공 아래쪽을 때리려는 스윙이 엿보였다. 이후엔 후속타자 안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홈까지 밟았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비슷했다. 이번엔 바깥쪽 높은 속구를 결대로 밀어 좌익수 왼쪽에 떨어뜨렸다. 제시 윙커가 몸을 날렸지만 타구는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고, 이정후는 2루까지 파고들었다. 미국 진출 후 첫 2루타였다.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8회초 1사 1루에서 트레이 립스컴의 중전 안타 때 3루까지 내달린 상대 주자 일데마로 바르가스를 원 바운드 송구로 저격했다.

현지에서도 올 시즌 이정후의 성적을 좌우할 열쇠로 타구 발사각을 꼽았다. MLB 닷컴은 이날 43명의 패널을 상대로 실시한 모의 신인왕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이정후는 1위 표 3장으로 내셔널리그 4위에 올랐다. 매체는 “공을 강하게 때려내면서도 콘택트형 타자로서의 명성에 부응하고 있다”며 “공을 더 자주 띄우는 게 관건”이라고 짚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