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헤어질 결심’ 오스카 불발, 아쉽지 않다면 위선”

입력 2024-04-09 11:45
박찬욱 감독이 2022년 6월 '헤어질 결심' 제작 보고회에서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헤어질 결심’이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한 데 대해 박찬욱 감독이 직접 입을 열었다.

미국 잡지 뉴요커는 8일(현지시간) “지난해 1월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최종 후보가 발표되고 불과 몇 시간 뒤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며 당시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그런 것(후보 선정 불발)이 신경 쓰이냐”고 묻자 박찬욱 감독은 “‘중요한 것은 오직 예술뿐’이라고 한다면 그건 위선(hypocrisy)”이라고 답했다.

박 감독은 “상을 받으면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많은 권한과 창의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며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금의 규모에 따라 더 많은 자유와 더 큰 예산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2년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헤어질 결심’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국제장편영화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AP 통신은 “올해 가장 큰 놀라움 중 하나는 박 감독의 로맨틱 누아르 ‘헤어질 결심’이 후보에서 배제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도 “아카데미는 박 감독을 무시했다. 글로벌 영화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두드러진 영화감독 중 한 명에게 때늦은 오스카의 순간을 줘야 할 기회마저 놓쳤다”고 평가했다.

뉴요커와의 인터뷰는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이자 HBO 드라마 ‘동조자’(The Sympathizer) 촬영현장에서 이뤄졌다. 박 감독이 제작, 각본, 연출에 두루 참여한 ‘동조자’는 베트남전과 그 이후인 1970년대를 배경으로 남베트남 비밀경찰에 잠입한 북베트남 정보요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작인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 ‘오펜하이머’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회당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받고 출연해 1인 4역을 맡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박 감독의 7부작 드라마 ‘동조자’는 오는 14일 글로벌 OTT 서비스 ‘맥스’(옛 HBO맥스)를 통해 공개되며, 국내에서는 쿠팡플레이가 독점 방영할 예정이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